[김호중의 NBA다이브] 농구로 부자된 뒤 NBA팀 인수, 괴짜 '5조 자산가' 이야기
동시에 NBA 팬들도 꼭 숙지할 필요가 있는 이름이다. 서부 강호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다. 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온 NBA를 뒤흔들정도로 리그에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큐반 구단주의 추정 자산은 한화로 약 5조원에 이른다.
그는 여타 다른 팀 구단주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거의 매홈경기 얼굴을 비추는 구단주다.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 스티브 발머 정도를 제외하면 이정도로 진심인 구단주는 없다.
NBA 구단주. 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높은 사람들이다. 관리하는 기업체만 수십개 단위다. 농구장에 안오는 다른 구단주들이 이상한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큐반은 매경기 경기장에 얼굴을 비춘다. 그냥 관전하는 수준이 아니다. 팀이 승리하면 미치광이처럼 열광하고, 지면 좌절한다. 판정 불이익을 보면 벤치에서 곧바로 코트로 달려가 심판에게 항의한다.
이유가 있다.
보통의 구단주들은 다른 분야에서 부자가 된 뒤, 농구판에 사업 개념으로 뛰어든다. 큐반은 그들과 다르다. 농구로 부자가 된 케이스다. 농구를 사랑해서, 농구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농구가 성공을 안겨주었다. 농구에 대한 애정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쓰레기 봉지나 팔아봐"
어린 시절, 그는 신발이 필요했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아주 작은, 다소 초라한 집에서 자라던 그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커를 치고있던 그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지금 니가 신고있는 신발, 아직 신발로 기능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직업이 생기면 돈벌어서 니돈으로, 그때 사고 싶은 거 사. 지금은 안 돼"
그와 함께 포커를 치던, 술에 가득 취해 있던 동료가 거들었다.
"꼬마, 나 쓰레기 봉투만 몇 박스가 있다. 그거나 팔아볼래? 그걸로 돈 벌어서 운동화 바꿔봐"
어쩌면, 만취 상태였던 이 남자는 쓰지도 않는 쓰레기 봉투를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재고처리라고 할까?
꼬마 마크 큐반은 곧바로 이 제안을 수용했다.
"3달러에 쓰레기 봉투들을 전부 샀어요. 그리고 다음날 동네를 돌아다니며 판매를 시작했어요. 가정집 문을 두드린 다음에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다녔어요."
"사모님, 안녕하세요. 혹시 쓰레기 봉투 사용하세요? 지금 당신을 위해 굉장한 제안 드릴게요. 쓰레기 봉투가 다 떨어지면 이 번호로 전화주세요. 그러면 제가 당신 집 앞에 배달해드릴게요. 참, 가격은 6달러입니다"
큐반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마 전 세계 첫 번째, 쓰레기봉투 구독 서비스 사업을 시행한 기업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1인기업이었던 셈이죠"라고 했다. 만취해있던 아버지는 신발을 안 사주고, 친구는 재고 처리를 하던 그 순간, 위대한 기업인이 사업가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 농구로 부자된 비법
농구팬들이 궁금한 것은 '그가 농구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다.
1995년. 피츠버그대학 친구 토그 와그너가 흥미로운 제안 하나를 한다.
"요즘 인터넷이라는 것이 발달하고 있대. 이걸 어떻게 잘 이용하면, 인디애나 쪽 농구 경기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농구광이었던 큐반은,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이 타지역 농구 경기가 가장 궁금했다. 매번 신문에 단출하게 나오는 결과가 전부였다. 내용에 관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IT공부까지 끝낸 그는 곧바로 '오디오넷'이라는 음성 중계 사이트를 만든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농구 라디오중계의 시조새격이다. 인디애나쪽 캐스터를 고용한 뒤, 사이트에 경기를 송출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타지역 경기도 접하게 되었다.
여기에 카메라까지 더했다. 어느새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농구 생방송 중계가 시작되었다.
오디오넷은 '브로드캐스트(broadcast:중계).com'으로 새로 태어난다. 브로드캐스트.com은 최초의 농구 중계 기업으로 꼽힌다. ESPN, TNT, NBCSPORTS, SPORTSNET... 지금의 스포츠방송사의 원조격이다.
1998년, 7월 18일. 큐반의 브로드캐스트.com은 본격적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되었다.
"얼마에 상장될까. 주당 33달러만 되어도 좋을 것 같은데" 큐반의 소망이었다.
이후 주식 시장이 개장하고, 브로드캐스트.com의 주가가 발표되었다.
공식 상장. 브로드캐스트.com. 1주당 62달러 75센트.
# 억만장자가 되다
그에게 꿈이 생겼다.
어안이 벙벙하던 그는 이내 굉장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이제 엄연한 사장이자 대주주였다. 주가의 탄력성만 잘 이용해도 대규모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주가가 3배 오르면, 억만장자가 되는 것 아닌가?"
동기부여는 확실했고, IT 및 경영 천재는 더욱 집중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전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 포털 사이트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야후'는 스포츠사업을 확장하고자 브로드캐스트.com에게 인수제안을 한다.
#구단주로 첫 발
억만장자가 된 뒤, 그가 처음산 것은 걸프스키림 g5(gulfscream g5)였다.
걸프스크림 에어로스페이스사에서 제작한, 12인승에서 15인승짜리 소규모 항공기다. "40밀리언 달러를 온라인에서 계약했어요. 아마 지금까지도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의 계약이 아닐까 싶어요" 큐반의 말이다.
사치? 결코 아니다.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큐반이 매스컴을 통해 수십번은 밝힌, 본인의 인생 최우선 철학을 들으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소비다.
"최우선되는 가치는 시간이죠.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시간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이 있다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었어요"
억만장자가 된 뒤, 그의 첫 번째 구매는 비행기였다.
두 번째 구매는, 인기없는 NBA팀이었다.
"내 두 번째 구매는 댈러스 매버릭스였어요. 285밀리언 달러를 줬죠.
"1999-2000시즌 개막전을 참석했어요. 시즌 개막전! 근데 매진은 커녕, 농구장 분위기가 차갑더라고요. 나는 시즌권을 구매할정도로 매버릭스를 좋아했는데... 둘러보면서 내가 구단을 운영해도 이것보다 잘 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
"어 잠시만, 내가 해도 되겠잖아?"
#"맥도날드 가지 마세요"
구단주 부임 초반, 큐반의 행보는 흥미로웠다.
"저는 다른 구단주처럼 대규모 사무실도 두지 않았고, 큰 책상도 없었어요. 우리에게 있던 것은 하나, 어항이라고 부르는 방인데, 어항처럼 사방이 창으로 되어있는 방이었어요."
"어항 정 중앙에 제 책상을 놓았어요. 그리고 제 책상 위에는 단 두 가지만 있었어요. 연락처 책, 그리고 과거 티켓 홀더 연락처 프린트. 그리고 제가 먼저 한 것은, 거기에 있는 모든 번호에 전화를 돌리는 것이었어요"
"사모님, 과거 매버릭스 경기 다니셨죠?요즘 매버릭스 티켓이 얼마나 저렴해졌는지 아세요? 맥도날드 가는 것보다 저렴해요. 8달러부터 티켓 시작해요. 햄버거랑 콜라 한 번 먹는 것보다 농구장 오는게 저렴하다니깐요! 한 번 오시는 거 어때요? 첫 경기는 제가 쏠게요"
영업전화를 직접 돌리는 억만장자 구단주. 마크 큐반, 참 독특한 인물이다.
"저랑 일하는 사람들이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들에게 요청하면, 저도 똑같이 한다는 것을요"
"경기장도 이전시켜줬어요. 아메리칸에어라인스 센터로요. 선수들이 경기장에 갈 때 기분이 좋았으면 했어요. 경기장에 플레이스테이션 설치해줬고 대형 TV스크린 설치해줬고... 지금은 향도 신경써요. 다양한 아로마가 있어요. 경기 전에 좋은 향을 맡는 것이 중요하죠. 빛도 흥분시키니 이런 부분도 신경쓰고... 선수들을 이기게 해주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신경쓰죠"
큐반 부임 초반 당시 댈러스는 대규모 적자 구단이었다.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 과감한 선수 보강이 이루어지며 점차 서부의 강호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큐반의 남자라고 부를 수 있는 릭 칼라일 감독, 드래프트로 합류한 독일병장 덕 노비츠키는 환상의 듀오를 이룬다. 댈러스는 큐반 부임 후 16시즌 연속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게 된다. 의미 가득한 플레이오프 우승도 한 차례 따낸다.
큐반이 팬들에게 묻는다.
#끝으로
농구팬들도 느꼈겠듯, 큐반은 실로 괴짜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천부적인 사업 감각, 후천적인 노력이 투입되어 탄생된 사업가다. 그리고 그의 사업의 핵심은 농구다.
이런 긴 이야기를 이해하면, 비로소 댈러스의 농구 움직임들도 이해하게 된다.
왜 매경기 팀의 구단주가 참석해서 벤치 옆에서 선수들보다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지. 잘못된 판정에는 감독보다 먼저 뛰쳐나와 항의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농구를 사랑하고 농구로 성공을 거둔 인물인지라, 그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 댈러스가 유럽 신성 루카 돈치치를 홀로 지명해 승자가 될 수 있었는지도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댈러스는 2018 NBA 신인 드래프트서 4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향후 지명권까지 줘가면서 3순위 지명권을 얻어온 뒤, 슬로베니아 출신 루카 돈치치라는 선수를 지명한다.
모두가 망설인 선택이었다.
재능은 있다는데 자국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무한, 슬로베니아 무명 선수를 지명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1순위 피닉스 선즈도, 2순위 새크라멘토 킹스도, 3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던 애틀랜타 호크스는 모두 비유럽 선수를 지명했다. 하지만 큐반은 천부적인 감각, 그리고 굉장한 추진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명권을 트레이드업하며 돈치치를 지명했다.
이 때 지명한 돈치치라는 선수는, 데뷔 시즌부터 신인왕을 차지한 뒤, 올 루키 퍼스트팀, 올 NBA퍼스트팀을 싹쓸이하며 현역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댈러스가 돈치치를 보유하게 된 것은, 큐반의 천부적인 감각 영향이 크다.
이번 긴 글을 통해 팬들이 마크 큐반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넘어 그가 갖고 가는 농구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보다 깊게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으면하는 바람이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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