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게 패배는 없다”…해 넘긴 우크라 전쟁 확전 전망 [이슈+]

조성민 2023. 1. 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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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 추가동원령 내릴 것…흐름 바꾸려 죄다 투입”
패배 이어져도 공습 수위 여전…자포리자·헤르손 등 포격
美 前 국무·국방 “푸틴, 단결 깨질 것으로 봐…전투 계속”
일각 “러, 우크라 패전으로 붕괴하며 폭력적 내전 가능성”

해를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추가 군사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맞서 러시아 역시 추가 동원령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와 국지전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승리’까지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러시아군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의 임시기지로 쓰이는 도네츠크주 북부 크라마토르스크 건물 2개동을 로켓으로 공습하고, 우크라이나군 600명을 사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마키이우카 포격 사건에 대한 보복 작전의 일부라고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31일 러시아군의 임시 숙소였던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 건물에 포탄이 떨어져 러시아군 89명이 사망한 것을 지칭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군, 50만명 추가 징집 가능성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의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7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인원과 장비 규모에 중점을 두고 우리를 압도하려 한다”며 징집 병력이 약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동원령 발령 시점을 15일 이후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같은 추가 동원이 이뤄진다면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에 비해 병력을 두 배 가량 늘린 셈이 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러시아가 추가 동원령을 내릴 것으로 최근 관측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현 지도부가 남아있는 모든 자원과 모을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내던져 전쟁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패배를 미루려 한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이러한 시나리오를 저지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에 대한 어떠한 시도든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또한 러시아가 바흐무트에서 대패하는 등 전선에서 밀려나고있어 추가 동원령이 불가피하다고 해석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에 위치한 요충지다. 우크라이나 자국 국경수비대는 이날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의 공습을 격퇴했고 교전 끝에 적진을 점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UPI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추가 동원령은 필요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으나, 일각에서는 동원령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사한 러시아군의 부인들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한 단체는 3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수백만 명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징집 연령 남성들이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도록 국경을 폐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추가 동원령이 이뤄지면, 러시아 내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세가 기울고 있던 작년 9월 첫 동원령이 내려졌을 때도 징병 대상인 러시아 남성 수십만 명이 해외로 도피했다.

◆전문가들 “푸틴은 확신있어”

미국 전직 외교·안보 장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끝내기 위해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수물자 제공을 급격히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성 미하일 수도원 앞에서 아이들이 파괴된 러시아 탱크 위에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7일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에서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5∼2009년 국무장관을, 게이츠 전 장관은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06∼2011년 국방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이들은 “지금 당장 확실하게 유일한 것은 전투와 파괴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통제에 두거나 독립국으로서의 그 나라를 파괴하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러시아 제국 재건을 그의 역사적 운명, 즉 우크라이나 없인 러시아 제국이 있을 수 없다는 메시아적 사명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우린 그가 ‘시간은 나의 편’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한다”며 “그는 우크라이나를 꺾을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단결과 지원이 결국 금이 가고 깨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푸틴에게 패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을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올해 군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흑해 연안의 나머지 지역을 장악하고 돈바스 지역 전체를 통제한 다음 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새로운 공세를 위한 출발점인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계속 통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들은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군사물자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추가적인 군수품, 무엇보다 기동 장갑무기를 제공하려는 미국과 동맹의 결정”이라며 최근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 제공 결정을 환영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장거리 미사일, 최첨단 드론, 더 많은 정찰·감시 능력을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정교회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독립 광장에 시민들이 철제 바리케이드 옆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美교수 “러시아 붕괴하면 중국 종속국 될 것” 주장도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붕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러트거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8일 포린폴리시(FP) 기고문 ‘지금이 러시아의 붕괴를 준비할 적기’에서 “전쟁이나 혁명, 경제 위기 등의 사건이 발생한 뒤에 국가가 붕괴한 사례가 역사에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틸 교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이 점점 분명해진 뒤에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은 뒤에 극우 국가주의자와 권위주의적인 보수주의자, 반 민주운동 그룹간의 지독한 권력투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권력 투쟁은 러시아 체제를 약화할 것”이라면서 “약화한 체제와 오작동하는 경제는 불만 있는 러시아 사람들의 거리 시위로 이어질 것이며, 일부 시위대는 무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비러시아 정치 단위도 더 큰 자치권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타타르스탄, 바시코르토스탄, 체첸, 다게스탄, 사하 등이 주요후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러시아가 이런 내부 혼란에서도 생존한다면 중국에 종속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러시아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의 지도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모틸 교수는 “오늘날 러시아의 해체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점증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불안정 때문에 결국 러시아를 구성하는 단위가 독립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체제 붕괴는 방아쇠만 있으면 촉발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패전이 낡은 나무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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