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매’라고 하는데…시장은 ‘비둘기’라고 읽는다
미국의 임금상승률이 꺾이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9일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는 2% 넘게 상승해 올해 처음으로 2300선 위로 올라섰고, 원화 가치는 25원 넘게 뛰었다. 하지만 물가가 완전히 꺾였다고 판단할 때까지 연준이 매파적(긴축 선호) 메시지를 유지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어, 다음달 연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보폭을 더 줄일지,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60.22포인트(2.63%) 오른 2350.1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2332.79) 이후 처음으로 2300선 위에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88% 상승한 6만700원으로 약 한 달 만에 ‘6만 전자’를 회복했다. 코스닥은 12.27포인트(1.78%) 오른 701.21에 마감했다.
미국 임금 상승률·임대료 상승 둔화
주된 물가 자극 요인 한풀 꺾여
달러화 약세로 달러인덱스 0.4%↓
코스피 2.6% 상승, 환율 1240원대
내달 ‘베이비스텝 VS 빅스텝’ 팽팽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5.1원 떨어진 달러당 12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24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해 6월3일(종가 1242.7원)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시장은 여전히 양호하고, 임금상승률은 둔화한 것이 확인됐다. 12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2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20만명을 웃돌았지만,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4.6% 상승했다. 예상치(5.0%)와 전달치(4.8%)를 밑도는 수치다. 지난 6일 뉴욕증시는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연 4.25~4.50%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2·3월 각각 0.25%포인트 올라 정점(연 4.75~5.00%)을 기록한 뒤, 12월 0.25%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4% 가까이 하락한 103.49를 나타냈다. 연준의 긴축이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의 주된 상승 압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임금상승률과 임대료 상승인데 이들 항목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의 문제일 뿐 물가 수준이 점진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면서 “지난해 공격적 금리 인상 폭과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연준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을 더 줄여 0.25%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연준이 2월에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시장이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연준의 매파적 태도가 조기에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임금상승률 둔화가 지속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연준의 긴축 우려 완화에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연준으로 하여금 비둘기보다는 매파적인 입장을 취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2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박채영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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