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커피콩 없는 커피를 만들었냐고요? 지구를 위해서죠”[CES 2023]
지난 7일 아침(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23이 진행 중이던 베네시안엑스포의 한 회의실에서는 커피 시음회가 열리고 있었다. 일반 커피가 아니다. ‘커피콩 없는 커피(Beanless coffee)’다. 지나가던 관람객이 되돌아와 물었다. “커피콩도 없이 어떻게 커피를 만든다는 말인가요?”
대체커피를 만드는 아토모커피는 이날 블랙커피와 라테 두 가지 캔커피를 들고 왔다. 직원 댄 하야트가 “커피콩은 쓰지 않고 대신 대추씨, 치커리 뿌리, 포도 추출물 등을 배합해 커피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카페인 음료다. 블랙커피 기준 1캔당 카페인 함유량은 84㎎으로, 녹차에서 추출한 성분이라고 했다. 마셔보니 커피와 맛이 흡사한데 쓴맛이 거의 없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날 시음회 방문객들은 “풍미가 좋다” “다양한 맛이 난다” “달지 않아 좋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대추씨·치커리 뿌리로 맛 내고
녹차에서 카페인 추출해 제조
창업자 “커피 재배가 산림 파괴
탄소 배출·물 사용량 모두 절감”
쓴맛 거의 없어 ‘호불호’ 갈릴 듯
아토모커피는 ‘스타벅스의 탄생지’ 미국 시애틀에서 2019년 만들어진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하야트는 “기후변화로 커피 재배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사람들은 커피 재배를 위해 삼림을 파괴하고 있다”며 “환경파괴와 탄소배출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대체커피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대추씨나 치커리 뿌리 등 버려지는 식자재를 이용해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아토모커피에 따르면 대체커피는 일반커피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을 93% 줄이고 물 사용량은 94% 절감한다. 하야트는 “커피도 즐기고 지구도 지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잖냐”고 말했다.
아토모커피는 지난해 여름 블랙커피 상품화에 성공해 아마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로 우려내는 커피 제품도 개발 중이란다. 미국에서는 아토모 외에도 티치노, 페로 등의 업체들이 대체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커피콩 없는 커피를 만들게 된 이 업체의 동기와 시도는 응원할 만했다. 다만 커피 애호가들의 지갑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했다.
라스베이거스 | 글·사진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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