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확대·대체근로 허용 검토... 52시간제 개편도 내달 입법예고

곽래건 기자 2023. 1. 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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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업무보고, 노동개혁 구체화
尹 “노동 유연해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 계획을 보고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근로시간 개편 등 구체화된 과제는 2월, 사회적 대화를 거쳐야 하는 과제는 상반기 중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6개월 안에 정부 입장을 정해 모두 법안으로 내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이라는 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 노동이 유연해져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번창하면 국민의 실질 임금은 자연히 올라가는 것이지, 투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투쟁으로 올라가는 임금 상승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손보고 파견제 개편

이번 업무 보고에는 작년 12월 전문가 자문 단체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제 개편은 연장 근로 단위 기간을 지금처럼 일주일이 아닌 최대 ‘연(年)’으로 확대해 오는 2월 중 입법 예고한다. 이렇게 되면 게임 회사가 탄력근로제 같은 복잡한 제도를 신청하지 않아도 일이 몰릴 때 집중 근무를 할 수 있다. 근로자가 자기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선택근로제’도 전 업종에서 3개월로 확대한다. 지금은 연구·개발 직종만 3개월이고 나머지 업종은 1개월만 허용된다. 야근은 하는데 수당은 못 받는 ‘공짜 야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현재는 경비원·청소부 등 32업종, 최대 2년으로 제한된 파견 제도도 대거 손본다. 파견이란 회사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다른 회사에 보낸 뒤, 업무 지시를 그 회사에서 받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하청’으로 불리는 ‘도급(都給)’과의 경계가 불분명해 제조업 사내 하청을 중심으로 ‘하청이 아니라 불법 파견이니 직접 고용하라’는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용부 업무 보고가 이뤄진 9일에도 한국GM 카허 카젬 전 사장이 협력 업체 직원 1700여 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행 제도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파업 때 외부 대체 인력 투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불법 파업이나 필수 사업장에는 외부 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만, 정당한 파업의 경우 외부 인력 대체 투입이 금지돼 있다. 경영계는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파업 중 외부 인력 대체 투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노조의 ‘깜깜이 회계’ 논란과 관련해선 오는 3월까지 노조 대표가 회계 감사원을 마음대로 지명할 수 없도록 노조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지시한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도 올해 3분기까지 구축한다. 이를 위해 노조법 개정안을 만들어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하는데, 노조 가입이나 다른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행위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는 것도 검토 중이다.

‘부분 근로자 대표’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지금은 하나의 사업장에 한 명의 근로자 대표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직군·직종별로 여러 대표를 두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특정 직군·직종에만 적용되는 근로조건 변경은 해당 직군·직종 근로자 대표하고만 협의하면 된다.

연차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 등 연공급 위주 임금 체계 개편에도 본격 착수한다. 이달 중 전문가들이 포함된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임금 체계를 바꾼 기업에 정부 지원을 해 주는 방안도 논의한다. 또 영세성을 이유로 연차나 야근 수당 등 근로기준법 조항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 직원 수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과는 사회적 대화조차 불필요하다는 선전포고”라며 “일방적인 기업 편들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무력화를 통해 더 많이 일 시키고 임금은 하향 평준화로 귀결되는 가짜 노동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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