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트럼프’발 가짜뉴스 선동…2년 전 ‘미 1·6폭동’ 보는 듯
8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한 사건은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연방의회를 습격한 사건과 판박이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대선 전부터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지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 시 브라질판 ‘1·6 폭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표 도둑맞아”
대선 패배 공식 시인 안 해
의회 습격 등 사실상 방조
미 극우 인사와 연관설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평화로운 집회는 민주주의의 일부지만 공공건물 침입은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시위대와 선을 긋고 룰다 다시우바 대통령이 근거 없이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주로 출국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피하고 선거 불복 시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브라질 사상 초유의 의회 습격 사태에 대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브라질 싱크탱크 이가라페 연구소 공동설립자인 호베르트 무가는 워싱턴포스트에 “브라질 시위대의 의회·대통령궁 습격과 미국 ‘1·6 폭동’ 사이의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집단 폭동은 미리 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수년간 가짜뉴스에 길들여진 결과가 이번 사태라는 것이다.
“공공건물 침입은 안 돼”
보우소나루, 일단 선 그어
2018년 대선을 통해 집권한 보우소나루는 지속적으로 브라질의 전자투표 제도의 신뢰성을 공격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내가 선거에서 진다면 그것은 표를 도둑맞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필요하다면 (선거 결과를 훔치려는 도둑 계급과)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에는 보우소나루의 선거 불복을 우려한 정치·법조·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기업인들이 각기 민주주의 수호 성명을 낭독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보우소나루는 지난해 10월30일 대선 결선 패배 이후 대선 패배를 공식 시인하지 않아 강경 지지자들의 시위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미국의 친트럼프 극우 인사들 사이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된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미 극우 인사들은 팟캐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우소나루의 선거 음모론을 지지했고, 보우소나루가 권력 이양 작업을 승인한 뒤에도 선거 불복을 선동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선거가 끝난 지난해 11월에는 보우소나루의 아들 에두아르두가 트럼프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배넌을 만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폭동은 “1964년 쿠데타 이후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라면서 “박빙의 차이로 끝난 선거 이후 극심하게 분열된 국가를 이끌어야 하는 룰라 대통령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룰라 대통령은 2000년대 1·2차 집권 당시에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으나 지난해 대선에서는 보우소나루와의 표 차이가 1.8%포인트에 불과했다. 현재 브라질 의회에는 친보우소나루 성향 의원들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국 27개주 주지사 중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미나스헤라이스주 등 경제적 비중이 큰 주를 포함한 절반 이상이 친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다.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가 트럼프처럼 다음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브라질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3회 연속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룰라 대통령처럼 연임을 한 뒤 공백기를 거치면 재출마가 가능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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