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정책 지향, 이민자·동성애 반대…“룰라는 공산주의자” 주장 믿어
8일(현지시간) 브라질 의회 등에 난입한 시위대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사진) 지지자들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강경 민족주의자이면서 보수주의자다. 훌리아누 코르틴하스 브라질리아 국제관계대학 교수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 대다수는 트럼프 애호가”라면서 “이들은 (2021년 1월6일) 미국 의사당 폭동을 배워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포퓰리즘적 발언을 일삼으며 지지자들을 결집해왔다. 지지자들은 강력한 형벌로 치안을 강화하고, 친기업적 정책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이민자를 반대하고 동성애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는 보우소나루에게 열광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지지자 중에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국민 절반(51%)이 가톨릭 신도인 나라다. 그러나 현재 31%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비율이 2032년이면 절반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복음주의 개신교도인 보우소나루는 2018년 대선 때도 임신중단 권리 반대와 동성애 금지 등 보수적인 가족 가치를 지지했다. 당시 그는 복음주의 신도들로부터 70%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반면 가톨릭 신도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임신중단 문제를 종교적 접근이 아닌, 공중보건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이번 폭동이 정교하게 조직된 극우 테러리스트에 의해 계획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미국 의회 난입 사태도 참여자 대다수가 극우단체 회원이 아닌,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트럼프 지지자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시카고대학의 ‘보안·위협 시카고 프로젝트(CPOST)’ 연구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 불복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하자 폭력적인 대중 움직임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의회 습격 사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브라질 정치학자 카밀라 로차는 “선거가 조작됐다는 보우소나루의 주장을 지지층이 수년간 흡수해온 결과”라며 우파 지지자들은 룰라 정권을 ‘적’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보우소나루는 노동당의 부패 스캔들을 이용해 좌파와 룰라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모함해왔다. 그러면서 1964년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군사 쿠데타로 전복된 좌파정부를 거론하며, 룰라 정권도 당시처럼 군부를 이용해 쫓아내야 할 ‘공산주의 정권’으로 몰아갔다. 이 주장을 반복해 들어온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이를 사실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브라질 대선 결과 불복 시위에 참여한 6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모든 사람들이 선거가 조작됐고, 룰라가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할 것이라는 보우소나루 측 주장을 고스란히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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