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아닌 ‘재생’으로…명학마을 ‘활짝’
6년간 커뮤니티 시설 만들고
청년 위한 임대주택도 건립
안양 지역 3곳 중 성공 유일
지난달 말 경기 안양시 만안구 명학마을 ‘두루미하우스’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편의시설인 ‘스마트 케어하우스’ 개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달 문을 여는 스마트 케어하우스에는 마을카페인 ‘우리동네 수다방’과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함께 돌봄센터’, 경로당, 공동육아나눔터 등이 들어있다. 일부 시설은 지방자치단체나 외부 기관이 운영하지만 카페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두루미하우스는 주민커뮤니티 시설로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과 마을공방, 공유창고 등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이를 통해 창출한 수익을 다시 마을 가꾸기에 사용한다.
스마트 케어하우스는 명학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명학마을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됐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명학역이 신설되고 대형 병원이 들어서면서 한때 인구가 늘었지만, 1기 신도시 평촌과 산본이 개발되고 마을 재개발사업이 2013년 무산되면서 슬럼화가 가속화됐다.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이 60%를 넘고 고령인구 비율도 급증하면서 명학마을은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마을은 도시재생사업 이후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과거 방치 차량으로 골머리를 앓던 공영주차장에는 두루미하우스와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들어섰다. 지하주차장이 생기면서 주차면 수도 기존 76면에서 134면으로 늘어났다. 초등학교 앞 노후화된 주택에는 각종 복지시설이 있는 스마트 케어하우스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공동체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2020년 직접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해 도시재생사업 방향을 결정했다.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 간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토론 등을 통해 민주적으로 풀었다.
예를 들어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장기적인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주민커뮤니티에 들어서는 시설을 두고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았다.
이웅장 명학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명학마을 주변에는 자체 상권도 없고 매력적인 관광지도 없다”면서 “그런데도 국토교통부의 각종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민들의 참여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숱한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만큼 공동체가 성숙했고 도시재생사업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었다”면서 “안양에는 도시재생사업에 총 3곳이 참여했는데 성공한 곳은 명학마을뿐”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공식 사업은 끝났지만 마을의 ‘진짜 변화’를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끝나면서 정부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을지 걱정”이라면서 “지속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려면 기존보다 더 큰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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