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업무추진비 85%, ‘직원 격려’에 썼다는 김광동

이홍근 기자 2023. 1. 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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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상임위원 당시 사용처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아
기재부 ‘세부지침’ 규정 어겨
“감시 장치 없어 느슨한 운영”

취임 한 달을 맞은 김광동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사진)이 상임위원이던 지난해 업무추진비의 약 85%를 내부 직원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각 기관은 업무추진비 남용을 막기 위해 세부 사용지침을 마련해야 하나 진실화해위는 이마저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업무추진비 사용명세를 보면 김 위원장은 상임위원이던 지난해 총 919만286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전체 업무추진비의 84.9%인 780만3360원을 진실화해위 내부 직원 격려, 간담회, 격려품 등에 사용했다. 피해유관단체 업무협의 간담회, 전문가 간담회 등 외부 활동에 쓴 업무추진비는 138만9500원에 불과했다.

진실화해위는 업무추진비 관련 세부 지침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예산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세부지침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재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업무추진비의 사용 관행을 개선하고 투명한 사용을 위해 본 지침의 범위 내에서 각 기관의 실정에 맞는 자체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김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처도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 상당수에는 “직원 격려 및 업무협의 간담회 비용 지급 요청”이라고만 적혀 있다. 2021년 명세에는 “직원 격려 오찬”이라거나 “김광동 상임위원 등 3명”이라고만 기재했다. 기재부 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 집행 시엔 집행 목적과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사적 유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상임감사는 “업무추진비 상당수를 내부 직원에게 쓴 것은 이례적”이라며 “보통 행정부처는 (업무추진비 남용 등에 대해) 감시·견제할 수 있는 내부 장치가 있지만 진실화해위는 그렇지 않아 느슨한 운용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기재부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며 “직원 격려라고만 써 놓으면 사적으로 써도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하승수 변호사도 “용처를 제대로 적지 않으면 검증이나 감시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김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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