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윤심’에 갇힌 여당 전대…대통령 당무 개입 ‘양날의 칼’

정대연·문광호 기자 2023. 1. 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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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북 치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신의 ‘이기는 캠프’ 개소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 때 사용한 큰북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여당 차기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온통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잡기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대통령실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연일 저격하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당무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친윤석열계 후보의 당대표 당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벼랑 끝 상황으로 스스로를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김기현 의원 캠프 개소식에는 약 3000명의 지지자가 몰리면서 ‘윤심 후보’의 위용을 과시했다. 친윤계인 이철규·배현진·박수영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유세장에서 썼던 대형 북을 공수해 행사 전 이 북을 힘껏 두드렸다. 김 의원은 “대통령 따로, 당대표 따로 노는 것 때문에 우리가 오랜 세월 고통을 많이 겪었는데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대통령과 잘 통하는 자신의 강점을 내세웠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윤계 후보는 김 의원으로 단일화하는 흐름이다.

김기현, 캠프 개소식 세몰이
안철수 “윤심, 내게도” 출마
‘저출산 대책 갈등’ 나경원도
대통령실 눈치 살피며 후퇴
노트북 보는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문이 담긴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다른 당권 주자들은 ‘윤심은 내게도 있다’고 역설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총선 승리를 맡겨달라. 압도적 승리를 바치겠다”고 호소했다. 안 의원은 “윤심이 어디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출산 시 부채 탕감 검토’ 발언으로 대통령실로부터 연일 공격받고 있는 나 부위원장은 전날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며 물러섰다. 윤심을 얻어야 당선될 수 있거나, 적어도 윤심을 거역해서는 당대표가 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여당에서조차 전당대회가 ‘윤심팔이’로만 치러지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돼버렸고, 윤핵관들이 특정 후보의 출마를 막네 지원하네 따위의 논쟁이 우선이 돼버린 게 당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2중대화’ 논란, 역풍 가능성
당정 균열 땐 국정 동력 타격

윤 대통령이 여당을 2중대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나 부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강도 높은 비판에는 윤 대통령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심을 수용해 불출마하거나, 출마할 거면 윤 대통령과 갈라설 각오를 하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당권 주자에게 무안을 주는 것은 처음 본다”며 “윤심을 거스르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나 부위원장을 도우려던 의원들도 쉽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당무 불개입 원칙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무 개입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의 결정적인 국면마다 윤핵관 입을 통해 전해지는 윤심에 따라 당은 흘러왔다. 비윤(석열)계의 강한 반발에도 전당대회 규칙 개정(당원투표 100%)을 강행한 데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 여당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과정에도 “내부 총질 당대표”를 성가시게 여긴 윤 대통령 뜻이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NS에서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개입이 윤 대통령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심 개입 논란을 감수하고 김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원만한 당정 협력 관계 구축이 가능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선을 그을 뜻을 분명히 한 나 부위원장이 당선되면 대통령실·정부와 여당 사이에 난 균열로 집권 초기부터 국정동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한 한 인사는 “나 부위원장이 당선되면 윤심이 당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확실해지는 것”이라며 “친윤계와 대통령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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