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돌봄에 ‘자본 논리’ 들이댄 정부…노인·장애인 위한 사회서비스 ‘차등화’ 추진
서비스 품질 따라 가격 결정
“국가 부담” 국민 여론 역행
정부가 올해부터 보육과 노인·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더 많은 돈을 낸 이용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차등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9일 보건복지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고 가격탄력제를 도입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오는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서비스 품질에 따라 가격 또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각종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이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넓어져 수요에 걸맞은 고품질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복지부는 고품질 서비스의 예로 놀이교육과 예체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융합형 돌봄 모형’을 들었다. 또 2021년 기준 고용유발계수가 전체 산업은 7.4인데 사회서비스 산업은 11.0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민간 주도 일자리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도 밝혔다.
복지부는 사회서비스 차등화 동의 여론이 대부분이라며 ‘2021년 사회서비스 수요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78.7%가 사회서비스 이용료를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사회서비스의 국가 책임을 중시하는 여론도 확인된다. 응답자 중 80.2%는 사회서비스 비용을 국가가 전적으로 또는 개인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노인 돌봄(77.6%), 장애인 돌봄(74.9%), 보육(62.0%), 직업훈련(61.7%) 등에서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아직 보육과 돌봄 등의 영역에서 사회서비스 품질의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가격에 따라 제공 서비스의 질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두고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는 “차등화는 결국 국가가 책임을 떠넘기는 시장화가 될 텐데, 이 경우 부담은 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지난 10여년간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적 책임을 확대해온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산층은 취약계층보다 본인부담금을 더 낸 만큼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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