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뺑뺑이’ 멈추게 초등돌봄 밤 8시까지
2025년부터 희망하는 초등학생은 정규수업 전후로 운영되는 학교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늘어나고, 급할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일시 돌봄 서비스도 생긴다.
학기 초 돌봄교실 추첨에서 탈락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현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집중되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현상이 이번 대책으로 조금이나마 완화될지 눈길이 쏠린다.
희망 학생 누구나 신청 가능
올해 200개 학교서 시범 실시
긴급상황용 일시 돌봄 마련
교육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는 지난해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내세우며 추진했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거센 논란 끝에 백지화된 뒤 교육부가 힘을 싣고 있는 정책이다. 애초 ‘초등 전일제학교’라는 이름이었지만, 학교에 아이들을 종일 묶어둔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름을 바꿨다. 교육부는 올해 4개 교육청 소속 200개 학교에서 늘봄학교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내년에는 시범 교육청을 7~8개로 늘린 뒤 2025년부터 전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현재는 보통 오후 5시까지인 학교 돌봄교실 운영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늘어난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긴급히 저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시 돌봄 서비스도 시범운영한다.
핵심은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2017년 1만1980개에서 2022년 1만4970개로 늘었지만 지난해 기준 돌봄교실을 원하는데도 이용하지 못하는 대기인원이 통계에 잡힌 것만 1만5106명에 이른다. 돌봄교실 신청 자체를 포기한 학부모까지 합치면 실제 대기수요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돌봄교실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 지역의 맞벌이 부부들은 자녀가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지면 학원 2~3곳의 시간표를 짜 맞춰 보내야 한다. 아예 방과후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사립초 진학을 택하거나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에 맞춰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교육부는 돌봄교실 대기인원이 많은 대도시 학교는 공간이 포화 상태라 돌봄교실로 바꿀 시설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교육부는 학교 내 돌봄시설 확충을 계속해 나가되, 시·도교육청 주관의 ‘거점형 돌봄모델’을 올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매년 5곳씩 총 25곳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경남지역에서 2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모델이 확산하면 저학년은 학교 내에서 돌봄을 받고, 고학년은 셔틀버스를 타고 나가 외부에서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식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거점형 돌봄으로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새로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약 1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교사·돌봄전담사 업무 과중
아동 장시간 방치 등 우려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교육 현장에서는 반가움에 앞서 우려가 먼저 나왔다. 돌봄교실 운영을 확대하면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양질의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방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대부분의 행정업무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맡고 있다. 김희성 교사노조연맹 부대변인은 “실제로 교사의 업무 경감이 체감될 수 있도록 교육부의 방안이 실현돼야 할 것”이라며 “돌봄 확대가 교육 현장 훼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늘봄학교는 현재의 교육공무직 근무 여건이나 인력, 처우로는 불가능하다”며 “시간제의 전일제 전환이나 추가 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 근무 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돌봄전담사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돌봄전담사 중 35%가 전일제로 근무하는데, 이는 시·도교육청과 협상해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일제 전환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봄학교가 아이를 학교에 오래 머물러 있게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정돌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한데, 이러한 고민 없이 아이들을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기기만 하면 방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돌봄교실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남지원·김나연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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