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규모 공습 준비하나... 벨라루스에 공군 2개 대대 규모 파병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 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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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개 대대 병력 추가 파병, 벨라루스 비행장에서 연합 훈련”
러軍 미사일 공격에 깊게 팬 구덩이 - 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숙박 시설 인근에서 주민들이 전날 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깊게 팬 구덩이 앞에 서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마키이우카의 군 임시 숙소가 공격받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숙박 시설 2곳을 공격해 이곳에 머물던 군인 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상자는 없다”고 일축했다. /로이터 뉴스1

러시아군이 맹방 벨라루스에 2개 대대(大隊) 규모의 항공우주군 병력을 추가 파견해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고 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이날 “오는 16일부터 2월 1일까지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연합 전술 비행 훈련’을 실시한다”며 “이를 위해 러시아 항공우주군 부대가 추가로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의 군사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벨라루스키 가윤’에 따르면 추가된 병력은 1400~1600명으로, 약 2개 대대 규모다. 이들은 열차 편으로 이틀에 걸쳐 벨라루스 북서부 비시엡스크에 도착, 훈련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벨라루스에서 전투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왔는데, 이번에 항공우주군을 파견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 및 공중 침투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벨라루스 국방부 관계자는 “훈련 기간에 벨라루스 공군과 방공군의 모든 비행장과 훈련장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시작한) 합동 군사 연습의 강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양국 연합 부대가 시가전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벨라루스에 파견된 러시아군 병력은 약 90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으로 벨라루스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벨라루스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 연합 훈련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의 전조(前兆)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말 개전 직전에도 연합 군사 훈련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벨라루스 영토에 병력을 집결했고, 침공 당일 손쉽게 키이우를 향해 진격할 수 있었다. 벨라루스 국경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약 90㎞ 거리다. 벨라루스는 개전 후 러시아군이 자국군 비행장을 이용해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현재 벨라루스에는 연합 훈련을 이유로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 자주포 500여 대가 집결해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지난 4일 “러시아가 (전황을 유리하기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새로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 쪽에서 키이우를 향해 또다시 남침(南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목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동부 전선 공세도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8일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 임시 숙소 2동에 로켓 공격을 해 당시 건물에 머물고 있던 1300여 명 중 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습은 지난달 31일 마키이우카 포격 사건에 대한 보복 작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당시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숙소가 우크라이나의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 공격을 받아 러시아 측 공식 발표로 89명, 우크라이나 추산 400명이 숨졌다. 단일 공격에 의한 러시아군 사망자로는 가장 큰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주장을 “거짓 선전전”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크라마토르스크 시 당국은 이날 “교육시설 2동, 아파트 건물 8동, 차고 등이 손상됐지만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도 “러시아가 공격했다는 건물 2동을 직접 찾아가 봤지만, 창문 일부가 깨지고 건물 주변에 포격으로 인한 웅덩이가 생긴 것 외에 군인들이 머무르면서 사상자가 발생한 흔적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영국 가디언은 “마키이우카 포격 사건에 대한 러시아 내부의 분노와 비판을 가라앉히기 위한 선전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4일 “러시아가 이달 중 추가 동원령을 내려 병력 50만명을 징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악화하는 전황을 뒤집기 위해 병력 보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바딤 스키비츠키 군사정보국 부국장은 “추가 징집병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전선에 올봄부터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다며 “전쟁을 멈출 유일한 방안은 미국과 동맹이 충분한 군사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통해 러시아군의 힘을 고갈시켜 완전히 패퇴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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