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아픈 아이 안고 새벽부터 줄 서는 부모들…소아과 '오픈런'
요즘 소아과 의사가 모자라서 "아이들은 주말에 아프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당장 아이들이 아플 때 병원에서 진료 받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건데요.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자]
동이 트지 않은 토요일 새벽, 소아과가 있는 건물로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아직 병원 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진료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현재 시간은 오전 8시, 진료가 시작되려면 1시간 남았지만 벌써 복도를 넘어서 계단까지 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마는 밤새 열이 난 아이와 찬 기운이 남은 복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접수하기가 힘들어요. 주말에. 독감 걸려서…]
오랜 기다림에 접이식 의자를 챙겨오기도 합니다.
[대충 7시엔 나와야…근데 오늘은 진짜 적은 편이에요. 두 번째일 줄은 몰랐어요.]
같은 날 서울의 한 아동전문 병원입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이미 '만차'입니다.
도로까지 줄이 이어집니다.
[최지혜/서울 염창동 : 아침 8시에 오면 (대기 번호가) 100번, 120번 이렇게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휴대폰 앱으로 진료 예약을 받는 곳도 많은데요 소아과 예약이 얼마나 치열한지 제가 직접 도전해보겠습니다.
지금 예약이 시작된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오늘 자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고 나옵니다.
앱으로 예약이 어렵자 직접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예약 앱이 9시쯤 열리잖아요.} 숨이…뛰어와서… 9시에 열리면 거의 다 끝나요. 그냥 현장 마감돼서.]
소아과 진료를 위해 온 가족이 나서기도 합니다.
[박태분/경기 화성시 영천동 : 손녀딸인데 제가 옆에 사니까 아무래도 아프면 (며느리가) '어머니, 아파요' 어떡해. 와서 줄 서서 해야지.]
[양무열/경기 이천시 부발읍 : 정책은 아기를 '낳아라, 낳아라' 하면서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 그게 문제인 거죠. 두 명 낳기가 무서워요.]
대학병원 응급실에선 전공의가 부족해 소아 환자를 못 받기도 합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소아과 전공의 모집 정원은 207명인데, 지원자는 33명 뿐이었습니다.
지방은 더 심각합니다.
충북에서 24시간 소아 중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곳은 충북대병원 뿐입니다.
이 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정원은 3명인데, 올해 지원자는 1명입니다.
[이진혁/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게 어느 정도냐면 대전, 충청, 세종권 다 합쳐서 유일한 전공의고요.]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는 응급실이 부족해질 수 있는 상황이 걱정입니다.
[이경진/충북 청주시 모충동 : 불안하죠. 아무래도 (응급실이) 없으면 얘는 초미숙아라서.]
지난 5년 동안 전국의 소아과 600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출생률이 감소한데다가 의료수가까지 낮아 병원 운영이 잘되지 않는다"고 토로합니다.
[이진혁/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많이 도움을 주셔야 할 것 같고요. 국가 차원에서도 뭔가 조금 획기적인 그런 정책 지원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끔만 해달라.' 토요일 새벽 병원 앞을 지키던 한 아버지의 말입니다.
소아과 한 번 가기 힘든 사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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