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화한 국민의힘 전대, 언제까지 윤심 경쟁만 할 건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이 본격화했다. 안철수 의원은 9일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앞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이날 캠프 개소식을 열었다. 집권여당 대표를 뽑는 선거전이라면 경제·안보 위기 극복 방안과 국가의 미래비전 등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주자들이 국정·민생에 관심을 보이기보다, 윤석열 대통령 마음이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는 ‘윤심 경쟁’에만 매몰된 듯해 유감스럽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대보증인, 아니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캠프 개소식에서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유세에 사용됐던 대형 북을 두드리며 “ ‘대통령 따로’ ‘당대표 따로’ 노는 것 때문에 우리가 오랜 세월 고통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윤심만 바라보는 당권 경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이뿐 아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윤 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관저 만찬을 가진 사실을 공개했고, 안 의원도 설 연휴 전후에 부부동반으로 관저 만찬에 초대받았다고 했다. 비공개 만찬을 외부에 알리는 것도, 만찬을 하기도 전에 예고부터 하는 것도 상식 밖이다. 각자 대통령 낙점을 받은 것처럼 비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의 근원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더니 노골적 선거 개입으로 윤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당대표 출마를 검토 중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출산 시 빚 탕감’ 정책을 제안하자, 대통령실 수석까지 나서 “정부 정책기조와 차이가 있다”며 공개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 해촉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 출마에 직접 제동을 건 것이나 매한가지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 운운하는 것도 윤 대통령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할 터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점찍던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케 하는 행태다.
앞서 윤핵관들과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싫어하는 유승민 전 의원 등의 배제를 위해 전당대회 룰에서 ‘여론조사 30%’를 빼는 당헌 개정을 밀어붙였다. 친윤 주자 교통정리를 위해 ‘결선투표제’까지 도입했다. 대다수 의원은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어느 후보에게 윤심이 실렸는지 탐문하기 바쁘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당선되든 민심은 더 싸늘해질 것이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대통령과 여당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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