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적 합의 없이 ‘반노조 속도전’만 외친 노동부 업무보고
고용노동부가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노동조합 회계 투명화’를 추진할 시행령을 3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사무실 지원실태와 정부 지원사업 전수조사도 3월까지 마무리해 “문제 있는 사용에 대해 보조금 사용 결과 불인정 및 환수, 이듬해 제재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오는 20일부터 운영하는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가입 등 강요, 타 노조원에 대한 차별적 조치 요구 등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금지”를 신고 대상으로 예시했다. 지난해 말부터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반노조 기조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노동부의 업무 추진계획에는 반노조 기조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역력하게 보인다. 그간 ‘중대재해’ ‘노동시간·임금’ 등을 강조해온 노동부가 이날 보고에서는 ‘노사 법치주의’를 첫머리에 올렸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화물기사들의 파업을 “불법행위”로 낙인찍는 등 조직노동에 적대적인 태도도 감추지 않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포괄임금제 근절 대책을 2월까지 마련한다는 등 노동시장 약자를 위한 정책도 일부 보고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행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윤 대통령의 말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교육·연금 개혁과 함께) 3대 개혁’으로 금년도 주요 국정과제로서 제시한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3대 개혁을 기득권과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사·노노 간 공정성, 노사 법치주의 향상을 언급하며 “잘못된 것을 상식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조선업 하청노동자들과 화물노동자들에게 ‘불법·기득권’ 딱지를 붙여 벼랑 끝으로 몬 것과 궤를 같이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조를 부패한 집단으로 몰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반노조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노사 간, 노·정 간 대화와 타협이 필수다. 정부가 반노조 기조를 강화한다면, 올 상반기 노·정관계는 대치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한 노동개혁은 입법으로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야당과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지난 8개월 동안 야당과 소통은커녕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를 적대시하는 정책, 대화와 타협을 배제하는 접근으로는 진정한 노동개혁을 할 수 없다. 이런 노동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진짜 노동개혁보다 ‘노동계와 야당 발목잡기’를 부각시키는 게 윤 대통령의 목표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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