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럼회’가 주도한 尹나체그림 전시... 언론사 폭파 그림도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 등이 윤석열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묘사한 그림을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하려다 국회 사무처가 제지해 9일 무산됐다. 민주당 출신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부적절하다”며 철거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사실상 대선 불복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전시회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주당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이수진·장경태·최강욱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 주관했다. 9일 오후부터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논란은 윤 대통령이 나체로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듯이 묘사한 그림 등이 다수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술병 옆에 누워있는 윤 대통령 배 위에 김 여사가 앉아 있는 그림도 있다. 조선·중앙·동아 등 언론사 건물이 9·11 테러를 연상시키며 폭파되는 것처럼 묘사된 그림, 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일부 기자들을 희화화한 캐리커처, 핼러윈 참사 희생자 110명의 실명이 적힌 종이도 전시 목록에 포함됐다.
전시 내용의 문제를 뒤늦게 인지한 국회 사무처는 8일 세 차례에 걸쳐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2020년 민주당 출신 유인태 당시 국회 사무총장 때 만들어진 국회사무처 내규에 따르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무총장이 회의실·로비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 애초 이 내규를 위반하지 않는 조건으로 로비 사용을 허가했는데, 행사 주최 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최 측이 자진 철거에 불응하자 국회 사무처는 이날 밤늦게 그림들을 강제 철거했다.
전시를 추진한 민주당·무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국회 사무처가 새벽에 기습적으로 전시 작품 80여 점을 무단 철거했다”며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회의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과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 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 권력을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레짐작 자기 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무총장을 감독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국회의장이 철거 작품을 “원상 복구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성명에서 “국회를 대통령에 대한 저주와 증오의 장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집단 이성 상실 행태를 규탄한다”며 “오죽했으면 민주당 출신 사무총장이 한밤중에 강제 철거까지 했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 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이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 정신 파괴를 자행하려는 민주당 세력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철거된 전시는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는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했다.
앞서 2017년엔 표창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전시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걸려 논란이 됐다. 비난이 커지자 당시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표 의원에게 당직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