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선동 정치'에 짓밟힌 민주주의…폭도가 된 브라질 대선 불복 세력
8일(현지시간)은 브라질 민주주의 암흑의 날이었다.
거짓 선동 정치에 휘둘린 폭도 수천 명이 쿠데타를 요구하며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해 건물과 집기를 부쉈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준 '극우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정권 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달 1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브라질이 반쪽으로 쪼개지며 극심한 격랑에 빠져들었다.
3부 기관 뚫렸다... '민주주의 암흑의 날'
보우소나루의 극렬 지지자 수천 명은 이날 오후 경찰의 저지를 뚫고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를 점거하고 인근 대통령궁, 대법원에도 불법 진입했다. 브라질리아 도심은 거대한 전쟁터 같았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1.8%포인트 차로 보우소나루를 꺾은 룰라 대통령의 승리가 '조작된 불법 승리'라고 주장한다. 대선 직후부터 폭력 시위를 계속해온 이들은 입법·사법·행정부 건물의 탈취를 시도하는 것으로 '선'을 훌쩍 넘었다.
2000년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난장판을 만든 '1·6 사태'와 판박이다.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 수해 지역을 방문 중이어서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는 "모든 법령을 동원해 광신도와 파시스트들의 죄를 묻겠다"고 공언했으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 국기를 어깨에 두르거나 국기 색인 노랑·초록 옷을 입은 채 민주 정치의 심장부를 유린했다. 의회에 불을 지르려 했으며 출입문과 창문을 박살 내고 집기류를 건물 밖으로 내던졌다. 지붕에 올라간 시위대는 강성 군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플래카드를 펼쳤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군 병력이 시위대를 완전히 몰아내고 각 건물의 통제권을 되찾기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최소 400명이 체포됐다. 일요일이었던 덕분에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시위대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셀마(Selma)의 파티'를 위해 모이라"는 암호를 사용해 감시망을 피했다. 이들을 전국에서 브라질리아로 실어 나른 버스만 최소 40대가 확인됐다. 후원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플라비우 지누 법무부 장관은 "폭도들의 재정적 후원자를 추적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전임 대통령이 폭도들을 불러냈다
룰라 대통령은 폭동의 배후로 보우소나루를 지목했다. 보우소나루 내각 출신 인사들의 개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바네이스 호샤 브라질리아 주지사, 안데르송 토레스 안보장관 등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대법관은 호샤 주지사를 3개월 정직에 처하면서 "공안·정보당국의 묵인 또는 직접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폭동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호샤 주지사는 보안 계획을 수행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 브라질리아 치안 총책임자로,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안데르송 장관은 즉각 해임됐다.
보우소나루는 증거도 없이 부정선거 의혹의 씨앗을 퍼뜨려 왔다. 대선에 사용되는 전자투표기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루머를 확산시키며 대선 전부터 불복 가능성을 흘렸다. 대선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채 "일부 전자투표기 투표를 무효 처리해야 한다"며 폭동의 불을 지폈다.
보우소나루는 쿠데타와 군사 독재를 찬양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군부대 앞에 '애국 캠프'를 차리고 군의 개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엔 최소 4명이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거짓말 선동정치의 끝은?
이번 폭동이 남긴 상처는 크다. 선거 기간 둘로 쪼개진 민심을 수습하고 '하나의 브라질' 재건을 내걸었던 룰라 대통령은 악성 시련을 맞게 됐다.
보우소나루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지난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국정 동력이 흩어질 것이다. 이미 바닥인 브라질 경제는 회생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정부가 시위대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여진이 이어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친(親)보우소나루와 반(反)보우소나루 진영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있다. 2018년 대선 때 사회주의자유당(PSOL) 대선 후보였던 길례르미 보울루스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쿠데타 모의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9일 오후 6시 주요 도시에서 거리 행진하자"고 제안했다. 내전에 가까운 폭력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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