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년 장수기업 비결 “시대를 한 발짝만 앞서가라”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2023. 1.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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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0년이상 경영 이으려면
창업정신·이해관계자 중시 필요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관리 중요
화재로 수리맡긴 명단·시계 소실
고객 신청하면 새시계로 보상
위기를 소비자 신뢰상승으로 역전
나이토 아키오 세이코 사장 [김규식 도쿄특파원]
“시대를 한 발짝만 앞서가라는 창업정신, 여러차례의 위기를 넘긴 리스크관리, 스테이크 홀더(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같이 생각하는 자세, 소비자에 대한 신뢰 등이 모여서 세이코를 141년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나이토 아키오 세이코워치 사장은 장수기업의 비결과 조언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은 답을 내놓았다. 세이코는 창업자 핫코리 킨타로에 의해 ‘핫토리 시계점’으로 1881년 창업했다. 긴자 4초메의 명물인 ‘세이코 하우스’는 1894년 핫토리 시계점이 진출해 시계탑을 세운 곳으로 이 회사의 역사가 자라온 곳이다.

나이토 사장은 “컨설팅 회사의 자료를 찾아보니, 전 세계에 100년 이상된 회사가 8만개 정도 있고 그 중 40%가 일본 회사”라며 “장수회사에는 공통점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창업정신을 계승하고 잘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자체 박물관이나 서적, 긴타로(창업자)의 말 등을 통해 직원들이 창업정신을 곳곳에서 느끼고 계승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자가 남긴 ‘창업정신’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시대보다 한발짝만 앞서 간다’를 예로 들었다. 나이토 사장은 “사업을 위해서는 세상의 요구·수요를 다른 회사보다 한발짝 먼저 나아가 잡으라는게 핫토리 창업자의 뜻이었다”며“ 두세발짝 먼저 가서는 예언자가 돼 버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혁신이 어렵다”고 해석했다.

나이토 아키오 세이코 사장 [김규식 도쿄특파원]
기업에는 짧게는 몇년, 길게는 십수년·몇십년에 한번씩 크고 작은 위기가 닥친다. 이는 141년을 이어온 세이코도 다르지 않았고 관동대지진(1923년), 태평양전쟁의 도쿄대공습(1945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위기들을 넘겨온 리스크매니지먼트가 장수의 비결이라고 나이토 사장은 전했다. 그는 하나 하나의 위기때마다 극복 방법은 달랐지만, 경영자의 결단과 직원들의 노력 등으로 극복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동대지진의 위기를 소비자의 신뢰로 연결시킨 예를 들었다. 나이토 사장은 “관동대지진 때 우리 회사의 공장이 모두 불타버려, 손님의 명단과 수리를 맡겼던 시계 등이 모두 사라졌다”며 “핫토리 창업자는 명단조차 없어 확인할 길이 없는데도 신문에 광고를 내 고객들이 시계 수리를 맡겼다고 신고하면 새 제품으로 돌려줬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바탕이 된 리스크 매니지먼트였는데, 당시 언론에 세이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왔다”며 “세이코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가장 최근의 위기는 코로나19 사태였다. 나이토 사장은 “2020년 골든위크 (4월말~5월초 연휴) 쯤에는 긴자 거리에 사람이 없어 ‘고스트 타운’ 같을 정도였고 당연히 점포의 문을 열수도 없었다”며 “이전에는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았던 온라인 쇼핑·비즈니스를 재빨리 활성화해 가게에 오지 않더라도 시계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고 회상했다.

나이토 사장이 꼽는 장수기업의 또 다른 비결은 스테이크 홀더의 이익이다. 그는 “기업이 장수하려면 회사의 이익뿐아니라 협력사, 직원, 주주 등 스테이크 홀더의 이익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며 “스테이크 홀더를 가볍게 여기면 위기때 그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 경영을 연장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토 사장은 한국 기업의 장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과 앞으로 장수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화’를 꼽았다. 그는 “일본은 내수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사업만으로도 버티는 회사가 많다”며 “한국은 국내 시장규모를 생각한다면 해외 고객·시장 등을 염두해 두고 어떻게 글로벌화 할지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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