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지방소멸 막는 고향사랑 기부제…성공 과제는?
[KBS 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는 7월 4일이면 국가기념일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바로 '고향사랑의 날'입니다.
고향사랑 기부금 법이 개정되면서 고향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지정됐는데요.
구체적인 날짜는 대국민 공모를 거쳐 확정됩니다.
이와 함께 고향사랑 기부제도 새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제도는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다른 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제도입니다.
연간 5백만 원 한도 내에서 10만 원 이하는 전액을, 10만 원이 넘는 금액은 16.5%가 세액 공제됩니다.
또, 기부금 30% 상당의 답례품도 받는데요.
기부도 하고 공제도 받고 답례품도 받으니까, 말 그대로 '일석삼조'입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가 성인 천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3%가 고향사랑 기부제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은 2%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법령상 모금 홍보는 법으로 정한 광고매체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할 수 있습니다.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는 홍보할 수 없는데요.
과열 경쟁이나 공무원 동원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지만 홍보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욱이 대구·경북의 답례품은 대부분 지역 농특산물로 이뤄져 있는데요.
다른 자치단체와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에 반해 전라남도에서는 시군마다 특색있는 답례품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몇 가지 소개 하자면요.
전남도청에서는 10여 가지 코스가 있는 남도여행 상품 할인권을 제공하고요.
나주시는 조선시대 목사관저 숙박 체험권을, 장성군은 백양사 템플 스테이 이용권과 출향민을 겨냥한 벌초 대행 상품을 제공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고향 납세제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일본의 기초자치단체 중 고향 납세액이 가장 많은 몬베츠 시는 전체 예산의 절반이 기부금입니다.
이럴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답례품으로 유빙 관광을 내세웠기 때문인데요.
관광상품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사라져 가는 유빙 보호 캠페인과 연계하면서 기부금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몬베츠 시처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이슈'를 모금과 연계해 캠페인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제도를 조금 더 비교해 보면요.
지역사랑 상품권을 줄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현물만 답례품으로 가능하고, 거주 지역에도 기부할 수 있습니다.
또, 일본은 소득별로 공제 한도가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많은 금액을 공제받는데요.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재정 확보 효과를 위해서는 기부 제한액이나 공제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적절한 기부금 분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는 기부금 30%가량이 답례품 관련 지역 기업에 돌아가고, 나머지는 교육과 복지사업 등에 활용됩니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고민해야 하고요.
그럴 때 지속적인 기부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중장기적인 대안도 제시하고 있는데요.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일본이 최근 진행하는 정부 크라우드 펀딩, 즉 GCF 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GCF는 답례품 제공을 넘어서 구체적인 특정 사업별로 기부금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이 외에도 기부로 지역과 관계를 맺은 이른바 '관계인구'를 '정주 인구'로 유입하는 시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오랜 시간 논의 끝에 고향사랑 기부제가 드디어 시행됐죠.
자치단체들은 모금 경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활용해 지방소멸을 막을 아이디어 경쟁으로 나아가야 하고요.
그럴 때, 열악한 지방 재정에 숨통이 트일 뿐만 아니라 빨라지는 지방소멸의 속도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오아영입니다.
오아영 기자 (ayoung@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尹정권 풍자작품 국회 철거…“대통령 저주 vs 표현의 자유”
- ‘밤 8시까지’ 늘봄학교 어떻게?…“맞춤형 교육과 돌봄 제공”
- ‘연초배급 명부’ 들여다보니…사도광산 강제동원 7백여 명 확인
- 난데없는 입금 뒤 ‘묻지마’ 계좌정지…금융위 “대책 마련할 것”
- 근로시간 개편 ‘속도전’…사회적 대화 ‘패싱’하나
- “미국 위성 잔해물 한반도 상공 통과”…항공기 이륙 한때 차질
- “그냥 사세요”…임대 아파트 부실 시공 성토에 ‘조롱’
- “치밀한 빈집털이”…배관 타고 전국 아파트 턴 2인조 덜미
- 쉬는 날 공연 보던 소방관, 의식 잃은 33개월 아이 구해
- 소리 없이 ‘살려주세요’…무응답 112 신고에 응답한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