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나경원 ‘유승민의 길’ 걷나

박성의 기자 2023. 1. 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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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제주당원 특강 취소…도당 “羅, 정부와 대립·혼란 부추겨”
대통령실은 ‘해촉’ 움직임…이준석 “자기팀 아닌 선수 두들겨 패”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코너에 몰렸다. 대통령실에서 이른바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논란'과 맞물려 나 부위원장을 해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나 부위원장의 제주 당원 교육 일정은 갑자기 취소됐다.

여권 일각에선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한 게 화근이 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표를 몰아주고 싶어하는 '친윤석열계'가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월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나경원 손절' 기류?

나 부위원장은 최근 당권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6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 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다음 날(6일),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언급하는 입장문을 하나 내놨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내놓은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대통령실이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상황은 이후 더 악화됐다. 나 부위원장이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하면서다. 취재 결과 대통령실은 이를 '항명'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나 부위원장을 해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윤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나 부위원장의 의견이 윤 대통령과 다르다면 사적인 채널을 활용해 충분히 의견을 조율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그런데 최근의 모습(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은 마치 '나경원은 당 대표감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나 부위원장의 행보를 둘러싼 각종 전망과 추측이 쏟아지듯 제기됐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은 침묵했다. 대신 나 부위원장은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10일 제주를 찾기로 했다. 나 부위원장은 제주에서 지역 주요 인사들을 만난 뒤 당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일정을 고려하면 나 부위원장이 제주에서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나 부위원장의 제주도당 당원 특강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나 부위원장 측은 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나 부위원장은 제주도당 요청으로 1월10일 제주도를 방문해 당원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도당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국민의힘 제주도당 측은 '나 부위원장이 정부와 대립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로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 몰린 나경원, '김장연대'에 맞선 죄?

여권 안팎에선 제주도당의 '특강 취소 통보' 배경 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교롭게도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하자 이 같은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기현 의원을 밀고 있는 당내 친윤계가 나 부위원장을 코너에 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추측도 나온다.

특히 비윤계 일각에선 나 부위원장이 당권을 두고 친윤계와 충돌할 시 이른바 '유승민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 주류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거스르려다, 당의 비주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며 "사실 애초에 축구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룰을 개정한 친윤계가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근 차기 여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부위원장은 유수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3일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나 부위원장이 35.0%로 1위를 차지했다. 김기현 의원은 나 부위원장의 절반 수준 지지율인 15.2%를 기록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 13.7%, 안철수 의원 12.4%, 황교안 전 대표 5.5% 등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5일 공표됐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ARS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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