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골대 옮기는 걸로 안 되니 선수를 두들겨 패"

대통령실·친윤계 정면 겨냥…"애초 축구 아니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2022.12.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3·8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를 강력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며 "사실 애초에 축구가 아니었거든요"라고 꼬집었다.

'골대'는 앞서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을 '7 대 3'(당원 투표 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당원투표 100%'로 바꾼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일반 국민에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에게 불리하고, 당내 기반이 강한 김기현 의원 등에게 유리한 전대 구도가 형성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는 발언은 최근 대통령실이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향해 '공개 경고'를 날린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대출 탕감' 발언을 내놓자 "정부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했고, 이는 사실상 나 부위원장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전대 후보'에서 배제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정재 의원은 이날(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나 부위원장과 관련 "정부와 반해서 나의 길을 가겠다, 이게 전의 유승민의 길이 아닌가.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도 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려고 한다면 빨리 (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정식으로 출마하든지, 분명히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인사인 박수영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나 부위원장의 직은 대통령실이 제안한 자리가 아니라, 나 부위원장 본인이 희망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면서 "자리를 받아놓고 석 달도 채 안 되어 이걸 던지고 당 대표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은 스스로 공직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걸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외에도 또 다른 글에 김기현 의원의 캠프 개소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분이 지금 지지율이 조금 높다고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정치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윤 대통령으로부터 관저 만찬에 초청되는 등 '윤심 후보'로 부각된 상황이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