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직전 수준에 거래중인 은행주, 비정상의 정상화 해야"
은행지주 7곳에 요구, 불수용시 주총서 주주제안 추진 예고
현재 우리나라 은행주(금융지주) 평균 PBR은 0.3배로 파산 직전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지금이 바로 정상화해야 할 때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운용(이하 얼라인)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IFC 빌딩에서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이미 해외 은행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은행주의 극심한 저평가 원인은 오로지 낮은 주주환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은행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4%로 같은 기간 해외 은행 평균 주주환원율인 64%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지난 20년간 국내 은행의 주주환원율은 30% 수준을 넘어선 적이 없다.
이창환 대표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은행의 건전성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대출자산 성장을 줄이면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50%까지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얼라인은 지난 2일 국내 금융지주 7곳(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BNK금융, DGB금융)에 이 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얼라인이 요구하는 내용의 골자는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 유지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맞추는 것을 전제로, 대출자산(위험가중자산, RWA)의 성장률을 낮춰 주주 배당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5년간 해외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이 3.1% 수준인데 반해 국내 은행은 8.6%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 2.9%를 크게 웃돈다"라며 "GDP 성장률 수준으로 대출자산 성장률을 줄이면 주주환원을 높일 수 있고 과도하게 늘어나는 국가 부채 관리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주주환원율을 50%로 단숨에 높이라는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의 배당 후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후 그동안 대출자산 성장에 집중했던 자본을 주주환원쪽으로 재배치하면 높은 배당과 함께 주가 상승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얼라인의 주장이다.
실제 최근 7개 은행지주는 평균 14.3%(6일 기준)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얼라인은 이에 따라 7개 금융지주에 오는 2월 9일까지 구체적으로 개별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기반한 자본재배치 정책과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한도, 목표 주주환원율을 구체적으로 공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만약 은행지주가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표결을 통해 통과시킬 것이란 입장도 강조했다.
이창환 대표는 "우리금융, JB금융, DGB금융의 경우 이미 주주제안 요건을 충족했으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BNK금융에 대해서도 국내외 투자자를 통해 주주제안이 가능한 수준의 위임절차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은행주는 주주환원 확대를 반길 기관 중심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높은 것도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통과될 수 있는 대목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국내 은행주의 문제는 모두가 오랫동안 인식하고 있던 문제지만, 어느 한 은행의 변화가 아닌 산업 전체가 변화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며 "당국이 은행의 배당정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기업의 주주환원,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등의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금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창환 대표는 은행이 대출자산을 축소하면 서민의 자본조달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M&A(기업인수·합병) 추진 등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그동안은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 성장 규모가 과도했던 것으로 대출자산을 줄이면 매출이 일부 줄 수 있지만 배당을 통한 재투자 등으로 오히려 은행주 평가에 대한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가계대출 규모가 증가하면 기업대출 등을 줄여 전체적인 양 조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M&A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당국 규제를 뛰어넘는 자본비율 13%는 M&A 등을 충분히 고려한 수준"이라며 "본인(은행주 자체) 밸류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상화하지 않으면서 미래가 확실치 않은 기업을 장부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꼬집었다.
얼라인은 10일 미국, 유럽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공개간담회를 진행해 주주들을 추가로 끌어 모을 예정이다. 또한 2월 9일 은행지주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하지 않을 경우 2월 10일~11일 주주환원 정책의 주주제안을 제출할 방침을 밝혔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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