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광역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선정 ‘골머리’
상품권·공산품 주로 제공
자매결연 지역 농특산품
‘답례품 지급 허용’ 목소리
기부 대도시 쏠림 우려도
올해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뚜렷한 지역 농특산품이 없는 대도시들은 답례품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특광역시만이라도 자매결연 지역이나 인근 지역의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만든 고향기부제 참고 조례안(이하 조례안)은 답례품 종류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산·채취된 농축수임산물 등 지역특산품 ▲개인·기업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제조한 물품 ▲고향사랑상품권 등 유가증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관할 구역 안에서 생산되는 원재료 사용 비율 50% 이상의 농수산 가공품 등)으로 범위를 정해뒀다.
각 지자체는 이같은 정부 조례안을 참고해 개별 조례안을 만든다. 정부 조례안에 강제성은 없지만 고향기부제가 국내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각 지자체는 행안부 조례안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역 농축산물 소비 진작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게 답례품에 농특산품의 비중을 높게 두도록 했음에도, 농업지역이 적은 특광역시 등 대도시에선 답례품으로 선정할 농특산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9일 기준 고향기부제 누리집 ‘고향사랑e음’을 살펴보면 지방 소도시들은 일찌감치 다양한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반면 특광역시 가운데는 농특산품 답례품·공급업체를 아직 선정하지 못해 지역상품권 등 유가증권이나 공산품을 주로 올려놓은 곳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과 재즈 페스티벌 공연 관람 쿠폰, 인천시는 지역상품권·관광이용상품권, 세종시는 지역화폐·화장품·농가공식품만 등록해 놓은 식이다.
강진용 서울시 재정담당관은 “최근 답례품선정위원회를 통해 답례품 품목으로 ▲서울사랑상품권 ▲(문화·관광 서비스 분야) 입장권 ▲서울 상징 공예품 ▲농산물을 선정하고 답례품과 공급업체를 공모하고 있다”면서 “제도 취지에 맞게 농산물도 답례품 품목에 포함했지만 서울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이 많지 않은 만큼 공모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 광역시 안에서도 농업지역의 유무에 따라 답례품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대전은 유성구가 배·오이·쌀, 서구는 쌀·꿀고구마 등을 답례품으로 추진하는 반면 일부 다른 자치구 답례품에선 신선농산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전 서구청 관계자는 “농특산품이 특별히 없는 도시다보니 농산물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가공식품이나 공예품 등 다양한 종류의 답례품을 발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광역시만이라도 자매결연 지역이나 인근 지역의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특광역시가 자매결연 지역 또는 근방에 있는 농촌지역의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거나, 광역시 내 자치구간에 농특산품 답례품 교류가 가능해진다면 제도 취지의 일환인 농축산물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되고 답례품 선정도 수월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지자체에서 생산한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사용해야 하는 등의 기존 법령이나 표준 조례가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이를 추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특광역시만 자매결연 지역이나 인근 지역의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 제정이 가능할지 여부는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라 확답을 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에선 특광역시가 다른 지역의 농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헌 한라대학교 고향사랑기부제지원센터장(한라대 ICT융합공학부 교수)은 “답례품이 기부의 중요한 조건이 되면서 특광역시에서 농특산품을 주요 답례품으로 다루면 지방 소도시로 갈 기부금이 자칫 특광역시로 몰릴 수 있다”며 “농축산물 소비촉진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지방 재정을 확충하는 데는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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