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멜로' 이제 그만… '더 글로리', K-드라마 공식 깨나

'더 글로리'의 성공으로 '애정신'이 없어도 K-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 /사진=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캡처

그동안 K-드라마의 흥행공식으로 꼽혔던 '애정신' 없이도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 남녀주인공의 흔한 키스신 하나 없이 파트 1을 호평 속에 마무리한 '더 글로리' 이야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청소년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한 한 여자가 자신의 모든 삶을 복수에 거는 이야기가 주내용이다. 송혜교는 극 중 학폭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아 치밀하게 계산된 복수를 하나둘 풀어낸다.

성인이 된 문동은의 몸에 여전히 남아있는 상처처럼 쉽게 아물지 않은 학교폭력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드라마에 '로맨스'가 낄 자리는 없다. 배우 이도현은 동은에게 호감을 갖지만 복수에 동참하는 선배 주여정 역을 연기한다. 감독은 이도현에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보다는 측은지심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둘의 관계성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숙 작가는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비하인드 코멘터리 영상에서 "감독님이 안 말렸으면 4부 엔딩은 키스신이었다. 그것이 국룰"이라며 감독의 제지로 키스신을 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의학드라마에서 수술하다가 키스하고 군대 파견지에서도 키스한다는 국룰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김은숙 작가가 이를 탈피한 것이다. 쉽게 인기를 끌 수 있는 로맨스 요소 대신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스토리 전개를 선택했다.

이에 누리꾼은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국룰대로 송혜교와 이도현의 애정신이 주가 됐다면 복수극의 흐름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탄탄히 쌓아온 개연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뻔 해서다. 애정신 없는 '더 글로리'의 두 남녀를 두고 김은숙 작가는 "내가 쓴 커플 중 제일 멋진 커플"이라고 평했다.

한국 드라마의 흥행 공식은 더이상 '기승전멜로'가 아니다. 앞서 tvN '나의 아저씨', SBS '스토브리그' '열혈사제' 등 달달한 러브 라인 없이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대중에게 호평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가 꽤 많다. 작품성을 해치는 '국룰'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식을 써가는 한국 드라마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