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되니 좋긴한데”…63%가 선택 후회한다는 이 전공
20여년간 외과 충원율 매년 미달
낮은 보상·형사처벌 부담 등 원인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외과학회가 지난해 전국 수련병원의 1~4년차 외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총 471명 중 298명(63.2%)이 인턴 수료예정자 혹은 수료자 신분으로 되돌아간다면 다른 과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외과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이 163명, 아마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7명,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8명으로 집계됐다.
외과 기피 현상은 전공의 지원 현황에도 드러난다. 지난 20여년간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의 100%를 채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마저도 2017~2021년 90%에서 2022년 76.1%, 2023년 77.0%로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젊은 의료인력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으면서 전문의 평균연령도 주요 과 가운데 가장 높은 53세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10년 내 외과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순섭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는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는 경우가 많은데 적게는 월 3~4회에서 많게는 10회까지도 집에 못 간다”며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계속 못 미치다 보니 기존 의료진이 분담해야 하는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외과 전공을 포기하고 상급병원을 떠나 동네에 의원을 여는 전문의들도 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국내 외과 전문의 6554명 중 998명이 ‘표시과목 미표시’로 개원한 상태다. 고된 수련기간을 거치고도 약 15%가 수술과는 무관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의사들 사이에서 외과가 외면받는 이유로는 낮은 의료수가가 꼽힌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 수술이 많음에도 돌아오는 보상이 낮아 전공의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65일 24시간 긴급대기 등 노동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외과 전공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인기 과에서 가서 개원하면 훨씬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도 지원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잦은 의료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기피 원인으로 거론된다. 외과는 고위험 수술이 많아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도 환자가 사망하는 등 안좋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의사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과가 나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형사처벌 가능성은 의료인에게 엄청난 공포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과오에 대한 형사처벌 비중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에 비해 높다”며 “민사 책임과는 별개로 의료인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까지 물을 만한 필요성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응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외과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공의와 수련교수에 대한 인건비, 교육비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마련함과 동시에 의료기관이 아닌 해당인력에 각종 지원금이 곧바로 지급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각 과마다 업무 강도, 경제적 이익 등의 차이가 크다”며 “의사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은 채 사명감만 강요하며 눈에 보이는 차이들을 무릅쓰게 하는 것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특례법을 제정해 의료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선 국가책임보상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위축돼서 외과 수술을 아예 포기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 전체가 입게 된다”며 “의료과실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면허관리 기구를 통한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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