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증원, 필수·지역 의료 공백 메울 첫 단추다

한겨레 2023. 1. 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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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9일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18년째 동결돼온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 중단 사태로 불거진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려면 의사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가 의사 증원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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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9일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18년째 동결돼온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 중단 사태로 불거진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려면 의사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가 의사 증원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첫 단추를 잘 끼우기 바란다.

한국은 만성적인 의사 부족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 통계 2022’를 보면, 한국의 1천명당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2.5명으로 멕시코(2.4명)에 이어 두번째로 적다. 오이시디 평균(3.7명)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더욱이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 향후 의료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35년이 되면 의사 수가 의료 수요에 비해 2만7232명 부족해질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도 나온 바 있다. 교육부가 최근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터이다.

의사 공급 부족과 진료과목·지역 간 쏠림 현상이 겹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 수도권의 몇몇 대학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주말 응급진료를 중단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 수련병원의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율이 16.4%에 그쳤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빅5’ 상급종합병원 중 한곳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병원에 뇌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지기도 했다. 지역의 공공병원들은 의사가 없어 필수 진료과의 문을 닫는 일도 흔하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지역의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 3천명을 포함해 10년간 모두 4천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재논의’에 합의하고 정책 추진을 중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의사 증원에 ‘원론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2년 전처럼 막무가내로 반대만 한다면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전향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정부도 의사 증원뿐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의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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