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경매도 입찰자 1명…“하반기에 물건 더 쏟아져”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2023. 1. 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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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법원경매시장 가보니
12월 전국 낙찰률 27% 불과
고금리에 투자자 응찰 머뭇
“저가에 내집마련 기회될 것”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일 방문한 서울북부지방법원 101호 입찰법정. 재건축 규제완화 수혜주인 노원구 아파트를 포함해 총 26건의 경매가 진행되는 날이었지만 법정 안은 한산했다. 낙찰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알선 영업 중이던 A씨는 “재작년 같았으면 발디딜틈 없이 북적였을텐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는 8건을 제외하곤 응찰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고 비교적 관심 매물이었던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59㎡도 1명이 단독 응찰해 5억5000만원에 낙찰을 받았다. 이마저도 앞서 두 차례 유찰 돼 감정가(7억7500만원)의 71% 수준에 낙찰이 이뤄졌다. 낙찰자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입찰가가 매매시장에서 최저호가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단지 같은 면적 급매물의 호가는 5억9000만원이고 이를 제외하곤 대부분 6~7억원대다. 지난해 8월 이뤄진 마지막 거래가(7억3000만원)보다도 1억8000만원 가량 적은 금액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경매시장에도 역대급 한파가 닥쳤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18년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월간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754건으로 이 중 483건이 낙찰됐다.

낙찰률 27.5%로 월간 집계 기준으로 역대 세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2004년 12월(27.3%) 이후 최저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전월(78.6%) 대비 3.6%p 하락한 75.0%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2012년 8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76.5%를 기록해 2013년 12월(79.6%)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80%선이 무너졌다.

경매시장에서 수요자들이 몸을 사리는 것은 결국 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매 매물에 낙찰돼도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선뜻 응찰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다. 아파트 경매로 내집 마련을 계획중인 40대 직장인 전모씨는 “확실히 1년 전보다 좋은 입지에 들어선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금리 때문에 자금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 결국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경매에 관심이 많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매물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전세보증금과 대출로 경매대금을 마련할 계획인데, 최근 전세가격 급락으로 전세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며 “고금리 시대에 필요 이상으로 대출을 받기가 부담스러워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선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반값까지 내려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양천구 목동 목동한신 전용면적 84㎡은 지난해 9월 감정가 16억300만원에 첫 경매를 진행했지만 세 차례나 유찰됐고 오는 18일 최저입찰가 8억2074만원에 네 번째 경매가 진행된다. 이는 2020년 실거래가 수준이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감정가 12억6200만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역시 세차례 유찰 끝에 최저입찰가가 6억4614만원까지 내려갔다. 이외에도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대치동 은마 등 강남 대장주들도 경매시장에 등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매물건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급격한 금리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들이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쏟아져 나올 시점이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1.25% 출발한 기준금리가 3%를 넘긴건 작년 하반기였다. 2배 이상 오른 금리의 직격탄을 받은 주택들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건 올 하반기”며 “물건이 많아짐에 따라 수요가 분산되면 저가에 내집마련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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