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16개층 아직 그대로… “그날 잊지 못해”

한현묵 2023. 1. 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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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HDC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1주년을 이틀 앞둔 9일, 참사현장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붕괴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박모(56)씨는 이날 "날마다 참사현장을 보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 등 대형사고가 날 때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이날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붕괴 사고 1주기를 맞아 11일 오후 2시 사고현장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추모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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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1년
유족, 일상 못 돌아가고 ‘트라우마’
11일 사고현장서 희생자 추모행사
3월 철거 앞두고 안정화 작업 중
상가 87곳 중 35곳 보상 못 마쳐

광주광역시 HDC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1주년을 이틀 앞둔 9일, 참사현장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가림막 사이로 보이는 절단된 기둥과 삐어져 나온 철근,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파트 내부가 그날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무너져 내린 16개층을 거대한 가림막으로 가렸지만 부실의 흔적까지는 가리지 못했다. 붕괴 현장 인근에서 근무하는 박모(56)씨는 이날 “날마다 참사현장을 보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 등 대형사고가 날 때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이날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붕괴 사고 1주기를 맞아 11일 오후 2시 사고현장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추모식을 갖는다. 추모식에서는 사고 당시의 상황과 구조, 수색활동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한다.
붕괴 사고 1년을 맞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201동은 건물해체를 위한 안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11일 오후 3시 46분쯤 광주 화정동 HDC아이파크 201동 타설 현장에서는 작업중이던 39층이 무너져 내려 현장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에서 하부층 동바리(수직하중 지지대)를 조기에 철거한 게 붕괴 원인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사고 발생 11개월 만에 시공사 전 대표이사 등 17명과 법인 4곳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유가족들의 슬픔은 아물지 않았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퇴근할 줄 알았던 아버지와 아들이 끝내 주검으로 돌아온 유가족들은 지난 1년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안정호 화정아이파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유족 대부분은 그날을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건설노동자들은 아파트 붕괴 이후에도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하청업체는 원청의 요구대로 공사기간을 맞추고 공사비 증액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또 원청업체가 강화된 안전점검을 하청업체로 떠넘겨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붕괴 사고 이후 추락방지용 고리나 안전발판 등 사고예방 조치가 강화됐다”며 “하지만 안전관리 강화로 작업공정이 늘어났는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은 곳은 또 있다. 참사현장과 인접한 상가들의 영업 피해다. 붕괴참사로 피해를 본 상가 87곳 중 52곳은 시공사와 보상 절차를 마쳤다. 30곳은 보상협의 중이지만 5곳은 입장 차가 워낙 커 협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들 상가 상인들은 참사 이후 계속되는 붕괴 잔해물 해체공사와 철거 안정화 작업 공사가 계속되면서 위험 속에 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뉴스1
붕괴 현장은 철거를 위한 안정화 작업이 한창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광주 서구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승인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3월부터 철거가 본격화된다. 이날도 크레인 2대는 본 철거에 앞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가시설물 설치 작업을 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전면 철거는 압쇄와 절단을 혼용하는 방법을 적용한다”며 “국내에서는 고층 건물을 철거하는 사례가 없어 철저한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글·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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