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번아웃에서 나를 지키는 법

나는 단단하게 살기로 했다 브래드 스털버그 지음/김정아 옮김/부키 펴냄

스스로 성과 조언 전문가와 슬럼프 극복 코치로 활동하던 저자가 어느 날 불현듯 자기에게도 찾아온 '번아웃 증후군'에 맞닥뜨려 이겨낸 체험기록이다. 저자는 맥킨지앤컴퍼니의 유능한 컨설턴트로 포천 500대 기업의 경영인, 의사, 변호사,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운동선수의 성장과 성공을 코치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어느 날부턴가 성과 강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싶은 부정적인 충동과 싸워야 했고 번아웃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무엇보다 성과 전문가인 자신이 성과 강박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저자는 더 잘하고 더 건강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저자는 이것을 '영웅적 개인주의'라고 부른다. 여기에 사로잡힌 사람은 삶의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과도하게 밀어붙이며 결승점에 다다라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마치 불교의 아귀(餓鬼)처럼 먹어도 먹어도 굶주림 때문에 괴로워하는 존재처럼 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근원을 나무에 빗대 탐구했다.

용비어천가의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세"처럼 삶도 뿌리를 굳세게 땅에 박고 있는 나무같이 되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저자는 13세기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깊고 묵직하게 안착할수록 높고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말에서 직관적 깨달음을 얻었다. 책이 전하는 행복의 공식은 현실에서 기대를 뺀 값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바라고 더 얻기 위해 아등바등 하지 말고 현재 삶을 잘 꾸리라는 조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만 몰두하거나 지나간 어제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그만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쉽게 되지 않는다. 저자는 내면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방법을 여섯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문제를 수용하고 취약성을 드러내며 유대를 만들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인내하고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를 위해 '자신과 거리두기'를 권한다. 이를테면 지금 내 상황을 친구가 똑같이 겪는다고 상상해 본다. 혹은 지금보다 수십 살 나이가 들어 더 현명해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러면 지금의 나로부터 한발 물러나게 될 것이란 조언이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