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깊은 메모리 불황…"감산 없다"는 삼성 태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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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감산을 시작했다.
그동안 감산에 부정적이던 업계 1위 삼성전자도 태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으로 경쟁 업체들을 긴장케 했다.
하지만 막장 4분기 성적표를 열어보자 삼성전자마저 메모리 반도체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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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감산을 시작했다. 반도체 불황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해서다. 그동안 감산에 부정적이던 업계 1위 삼성전자도 태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9% 급감하자 감산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메모리 업계는 그동안 쌓이는 재고 수준을 감당하지 못해 감산을 결정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 플래시 웨이퍼의 투입을 20% 줄였고, 설비투자도 삭감했다. SK하이닉스도 저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한다. 올해는 설비투자도 절반 이상 줄인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급 상황에 따라 제품의 가격이 결정된다. 생산량을 줄여서라도 추락하는 메모리 거래가격을 잡아보겠다는, 공급 업체들이 필사의 전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으로 경쟁 업체들을 긴장케 했다. 이는 반도체 혹한기 상황에도 원가 경쟁력에 앞선 1위 업체의 자신감으로 이해돼왔다. 삼성전자가 출혈을 각오하고라도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이른바 '치킨게임'을 선언한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막장 4분기 성적표를 열어보자 삼성전자마저 메모리 반도체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D램의 경우 여전히 재고 압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IT기기, 가전 등 수요 업체들의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면 업황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체들이 메모리 공급을 줄이면 시중 유통 제품이 줄면서 메모리 가격이 반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감산을 택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참석차 'CES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설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전자 업계 실적 부진에도 당초 투자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경쟁 이슈에 대한 부담도 크다. D램의 경우 3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만일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나서면서, 업계 설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할 경우 '담합'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이익 부진이 곧 삼성전자가 재고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트렌드포스는 D램 업계의 재고 압력이 상당히 높은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자만 경쟁력 있는 가격 전략을 앞세워 재고 수준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악화는 오히려 악재를 덜어낸 것이라는 시각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밤이 깊으면 아침이 가까운 것이고, 어려움이 커지면 희망이 다가온 것"이라고 담담한 메시지를 올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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