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국가책임교육 로드맵..저녁 8시까지 돌봄공백 메운다

유승목 기자 2023. 1.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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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올해 200개 시범학교 도입 후 2년 뒤 전국 확대…이주호 부총리 "학부모 부담 덜겠단 정부 의지 확고"
[서울=뉴시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늘봄학교 추진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3.01.09. *재판매 및 DB 금지

"초등학교에서 돌봄과 교육을 융합해 학부모 부담을 덜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확고합니다.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늘봄학교(초등 전일제학교) 정책이 베일을 벗었다. 교육부가 앞으로 4년 간 4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교육 틀 안에서 디지털교육까지 뿌리 내리겠단 구상을 내놨다. 당장 올해부터 200여개 시범학교를 운영해 2년 뒤 전국 6000여개 초등학교에 정착시킨단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늘봄학교 전국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의지를 오늘 분명히 밝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교육계 안팎에선 국가책임교육에 대한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단 우려가 나온다. 방과 후 돌봄의 핵심인 교원 부담완화나 돌봄전담인력 확충, 법적 근거 마련 같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노동여건 개선이 (이번 방안의) 핵심 포인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교육계와 협의해 관련 인력 역량강화 등에 힘쓰겠다고 입장이다.
돌봄으로 교육까지 아우르는 '에듀케어'
기존 방과후 수업을 확대 개편하는 이번 늘봄학교는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과 함께 국가 책임교육의 일환으로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해 여성 경력단절 현상과 사교육 의존이 커지며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다. 어린이집·유치원생과 달리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오후 1시 전후로 하교, 부모의 퇴근시간과 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를 통해 초등학생 일상과 학업주기 전반을 공교육이 책임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그간 교육현장에서 드러난 방과후 수업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늘어나는 돌봄수요에 일선 학교가 모두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저학년 위주로 주 1~2회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전일제(全日制)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가 많았고, 지역·학교별 여건도 달라 저녁돌봄을 운영하는 교실도 전체의 30%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현재 돌봄 대기수요는 1만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늘봄학교의 핵심은 돌봄 유형의 다양화다. 오후 돌봄 위주의 프로그램을 등교 전부터 정규수업을 마친 후 저녁 8시까지 필요로 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틈새돌봄도 강화한다. 특별한 사정으로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학생에게 오후 5시 이후 일정기간 돌봄이 가능한 '일시돌봄'도 제공한다.

하교시간이 빠른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위한 '에듀케어' 예시. /사진=교육부

단순히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고 정규수업의 연장선으로 활용하는 방향도 중요한 대목이다. 돌봄에 교육을 섞은 '에듀케어'를 활성화하겠단 것이다. 정규수업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첨단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 기반 교수법을 도입하고 기업과 대학, 퇴직교원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해 공교육 틀 안에서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같은 신산업 분야 인재육성까지 아우른단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저학년에게는 기초학력 지원, 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촘촘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고학년 학생에게는 AI, 코딩 등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틈새 돌봄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가정 내 돌봄부담 뿐 아니라 사교육비 경감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단 것이다.
교원부담·돌봄교사 처우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아동 돌봄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교육부는 당장 올해부터 늘봄학교 시범운영에 돌입한다. 우선 이달 중으로 4개 내외의 시·도 교육청에서 200여개 학교를 선발한다. 해당 학교의 저녁 돌봄 학생들은 석식과 간식을 무료로 제공 받게 된다. 나현주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장은 "1학년 에듀케어의 경우 시간이 촉박하지만 조속히 시범학교 선정해 차질없이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범운영을 통해 성공적인 모델을 발굴한 후 2025년까지 전국 단위로 확대한다는 게 교육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특별교부금과 보통 교부금을 합쳐 2026년까지 총 4조2000억원을 투입, 인근 학교 돌봄수요를 종합 대응할 수 있는 거점형 돌봄모델 25곳 구축 등 인프라를 완성할 계획이다.

관건은 돌봄사업의 핵심인 교원부담 완화와 돌봄교사 처우개선 문제다. 돌봄시간·프로그램 확대로 일선 교사 업무가 가중돼 정규수업이 부실해질 수 있고, 도시와 농촌 격차 없이 질 높은 강의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방과후 학교는 수년간 학교 기피업무로 돌봄영역은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교원의 업무로 남아 학교 내 갈등의 중심"이라며 "교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방과후 학교를 일선 학교가 아닌 시·도교육청 중심의 운영체제로 개편하면서 강사·업체 선정부터 계약체결, 수강신청, 회계처리 등의 업무 전반을 방과후늘봄지원센터 전담인력이 맡게 하는 방향으로 교원 업무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김태훈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교원 업무부담이 아예 없어질 순 없지만 더는 가중되지 않게 지역교육청 차원으로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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