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지원 총력전 시작부터 밥그릇 싸움…中企 불똥 맞나 [현장에서]
무역보험공사 노조 강력 반발
역대최대 360조 지원 발표 후,
기관 간 해묵은 논쟁 다시 점화
[이데일리 김형욱 공지유 기자] 정부가 연초 수출 지원 총력전을 천명하자마자 정책금융기관 간 ‘밥그릇 싸움’이 시작됐다. 안 그래도 어려운 수출금융 지원기간 간 단일대오 형성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각 기관의 경쟁 속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하리란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기관 간 중복 업무 확대다. 개정령안 시행 땐 수출입은행의 새 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정책금융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업무영역과 겹치게 된다. 정부는 1992년 수출금융 지원 규모 확대 속 은행업과 보험업의 특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수출입은행에서 보험 부문을 분리해 무역보험공사를 설립했다. 이후 수출입은행은 온랜딩이나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의 대출성 지원사업을, 무역보험공사는 보험성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2008년 보증 업무를 일부 가져가며 두 기관의 경쟁이 시작됐고 이번 개정령안 시행 땐 경쟁이 본격화하게 된다.
무역보험공사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만큼 공식적으론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선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이 또 시작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노조는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다. 기재부의 개정령안을 개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역보험공사가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의 산하 기관에 맡기는 ‘기관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성명은 “기재부는 이번 개정령안으로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이 연평균 1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국가 차원의 해외수주나 전체 수출 증대효과가 아닌 특정 기관의 실적 전망일 뿐”이라며 “이미 (한국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때 필요한 보증은 무역보험공사가 활발히 지원하고 있고 추가 수요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정책금융기관 간 해묵은 논쟁거리다. 수출입은행은 또 다른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과의 경쟁 속 무역보험공사의 수익성 사업인 대외채무보증 사업 확대를 꾀했고, 무보는 이를 막아왔다.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인 이전 정부인 2021년에도 이번 개정령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기재부는 당시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제한으로 121억달러 규모의 한국 해외 프로젝트 수주가 무산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사업이 보증과 무관하게 환경 문제나 사업성 부족 때문에 무산됐다는 반박에 막혀 없던 일이 됐었다. 정부가 올해 360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 무역금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직후 이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두 기관 간 갈등이 심화하며 자칫 중소 수출기업이 불똥을 맞으리란 우려도 나온다. 무역보험공사는 연 3000억원에 이르는 중장기 주수 프로젝트 보험·보증사업 수익을 토대로 중소·중견기업에 매년 3500억원 규모의 수출보험을 지원해 왔다. 무역보험공사로선 수익 사업이 줄어들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신흥·저개발국 지원 여력도 함께 줄어드는 셈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정부의 올해 무역금융 공급액 360조원 중 260조원을 맡을 예정이다.
무역보험공사 노조는 “무역보험공사의 수익 감소는 결국 중소기업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3만여 중소 수출기업의 수출안전망을 흔드는 이번 개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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