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약물 오남용과 전쟁 중...미국에서는 더 악랄한 혼합 약물 등장해
전 세계가 마약과의 전쟁 중이다. UN마약범죄사무소(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15~64세 인구 중 약 2억 8,400만 명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26% 증가한 수치다. 한편, 2020년 약물로 인한 사망자는 49만 5,400여 명이다.
문제는 증가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UNO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우울, 불안,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이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해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이에 더해 불안정한 세계정세로 약물을 제조하는 제조소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공급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각해지는 미국 내 약물 오남용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약물 오남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다. 특히 중증 질환 환자들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Fentanyl) 오남용은 미국 사회를 심각한 수준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펜타닐 오남용이 18~49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섰다.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2021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한 해 동안 7만 5,000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자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펜타닐 오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다.
이렇게 미국 사회의 펜타닐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불법 마약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마약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경고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22년 12월에 미국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 정식으로 처방받지 않은 펜타닐 알약 5천만여 정과 파우더 약 450㎏을 압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마약단속국의 발표에 따르면, 압수된 양은 치사량 기준으로 3억 7,900만 회분으로, 3억 3,000명의 미국인 전체를 죽일 수 있는 분량이었다.
더 악랄한 혼합 약물, 자일라진
그러나, 여전히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약물 오남용 문제는 해결되고 있지 않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미국 약물 중독자들 사이에서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Xylazine)을 펜타닐 등 기존의 약물과 혼합해 오용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자일라진은 1962년 개발된 동물용 의약품으로 세계 각국에서 말이나 소의 마취제나 반려묘 구토 유발제로 흔히 사용되는 약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용되는데, 작년 경북 상주에서는 목줄이 풀린 채 마을을 돌아다니던 진돗개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대원이 쏜 자일라진 마취총을 맞고 숨지기도 했다. 이렇게 본래의 목적대로 동물에게도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 약물을 약물 중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약물 중독자들은 자일리진을 펜타닐과 같은 기존의 약물과 주사로 혼합해 투약한다. 이렇게 되면 주사기를 찔러 넣은 팔다리의 조직이 괴사해 죽은 부스럼 조직이 생기는데,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팔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자일라진 혼합 약물을 투약하면, 오랜 시간 정신을 잃게 되는데 이때 성폭행이나 강도 등 다른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더불어 약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약물의 효과가 사라져있어, 약물을 더 투약하고 싶어 하는 갈망이 생긴다. 이외에도 자일라진을 아편류 마약(Opioid)과 혼합해서 사용할 경우, 널락손(Naloxone) 투여 등 약물 오남용 치료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응급치료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NYT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자일라진 문제는 미국 전역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NYT가 기사에서 인용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면 필라델피아에서 유통되고 있는 마약의 90% 이상이 자일라진을 포함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인 필라델피아는 현재 마약 유통과 약물 중독자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미국 내에서도 헤로인 월마트(Heroin walmart)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미국 NMS LABs 연구진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뉴욕과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국 36개 주에서 유통되는 마약에 자일라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자일라진을 이용한 약물 오남용 사례가 적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약물 오남용 관련 뉴스가 미디어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마약 청정국이었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매우 씁쓸한 상황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 8,05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선포하고, 마약 근절을 목표로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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