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3년 만에 열린 필리핀 `검은 나사렛` 행사 성황
필리핀 마닐라에서 9일 3년 만에 '검은 나사렛'(Black Nazarene) 가톨릭 행사가 열려 수만 명의 필리핀인들이 축제를 즐겼습니다. 필리핀은 아시아의 유일한 가톨릭 국가입니다.
전통적으로 매년 1월 9일은 검은 나사렛 신봉자들이 1767년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에서 퀴아포로 검은 나사렛상(예수상)을 옮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트라스라시온'(Traslacion)이라는 성대한 행렬을 엽니다. 검은 나사렛상 연례 행렬은 2019년부터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었습니다.
이 행사는 교회의 문이 열리고 폭죽이 터지는 것과 함께 시작됩니다. 보통 굵은 밧줄이 이끄는 수레 위에 검은 나사렛상이 서 있고 이를 수많은 군중이 끌면서 교회를 나섭니다. 밧줄을 잡음으로써 예수의 은총을 입는다는 믿음이 강해 서로 밧줄을 만져보려고 아수라장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모든 남자는 보통 맨발로 목에 수건을 걸치고 참여합니다. 행사가 매우 거칠어지기 쉽기 때문에 여자는 행렬에 가담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트라스라시온은 예수 그리스도의 동상이 기적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이를 옮기는 행사에서 신앙심을 확인하는 종교행사입니다. 2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행사는 가톨릭 신자가 국민의 80%가 넘는 필리핀에서 남녀노소 빠짐없이 참가하는 축제일입니다. 마닐라에서만 이날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앙의 행진'이 하루 앞서 8일 일요일 아침에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팬데믹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것을 고려해 검은 나사렛상 없이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원래 검은 나사렛 행사는 키아포의 좁은 거리에 줄지어 서서 검은 나사렛상이 천천히 그 지역을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관례입니다. 촛불을 치켜들고 서서 형상을 향해 신앙심을 나타냅니다. 각자 작은 형상을 가지고 와 지나가는 나사렛상을 향해 들고 성경을 구술하기도 합니다.
행렬을 바라보는 연도의 사람들은 검은 나사렛상과 함께 받침대에 타고 있는 남자에게 수건이나 손수건을 던집니다. 남자들은 그것을 형상이나 십자가에 문지른 다음 도로 던져 성스런 수건을 간직하도록 해줍니다. 이때 감격한 신자들은 수건을 자기 얼굴과 몸에 문지르며 감격해 합니다. 주 행렬의 뒤를 따라 형상들의 긴 줄이 이어집니다. 뒤의 작은 형상들은 검은 나사렛상을 소형화한 겁니다. 여기에는 여자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원래 검은 나사렛상은 한 멕시코 인디언이 조각한 것으로 17세기에 배에 실려 마닐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장인들이 검은 나무로 조각했든가 아니면 형상에 짙은 갈색을 칠해서 그 형상을 독특하게 만들었는데, 그 색이 우연히 필리핀 사람들의 검은 얼굴색과 같았습니다. 검은 나사렛상은 18세기에 마닐라의 대주교 바실리오 산초의 요청에 따라 키아포에 안치됐습니다. 19세기 초 교황 비오 7세가 그 형상에 축복을 했다고 합니다. 1923년 비로소 그 형상을 꺼내어 키아포 지역 큰 잔치의 절정을 이루는 종교 행렬의 일부로 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 행렬은 축제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검은 나사렛 추모식에 참석해 이 행사가 필리핀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승화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가톨릭 신자이자 국민들에게 "국민으로서 우리의 열정과 고통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음으로써 검은 나사렛을 기념해야 한다"며 "우리 앞에 있는 과제는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필리핀 사회의 단합과 경제발전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신앙심을 고취하는 연설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는 우리가 이 특별한 시기에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사랑, 희망, 연민을 중심으로 연대할 때 영감을 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이야기에 새로운 장을 써서 세계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함께 열어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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