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골대 옮기다 안되면 두들겨 패”…친윤계 도 넘은 교통정리

송채경화 2023. 1. 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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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사실상 김기현 의원에게 '윤심'을 몰아주면서 노골적인 후보 가지치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과 뜻이 잘 맞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대표가 필요한 대통령실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친윤계가) 파워 그룹을 형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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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력투쟁]도 넘은 교통정리 ‘선거 개입’ 비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이기는 캠프’ 개소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이인제 전 경기지사, 김 의원, 김 의원의 부인 이선애씨,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통령실이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사실상 김기현 의원에게 ‘윤심’을 몰아주면서 노골적인 후보 가지치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3월 전대를 두달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김기현 대표론’으로 똘똘 뭉친 모양새다. 이들은 김 의원이 당대표로 가는 길에 예상되는 걸림돌들을 차례로 정리했다. 지난해 이미 친윤계 후보 당선에 유리하도록 당원 투표 100%,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다듬은 데 이어 후보자 가지치기도 거침이 없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지난 5일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했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당 주변에선 윤심이 작용했다는 설이 우세하다. 이후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 1위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그가 내건 ‘출산 시 대출금 일부 탕감’ 의견을 집중 공격하며 불출마를 강하게 종용하고 있다.

탄력을 받은 김기현 의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전대 캠프 개소식을 열어 세를 과시했다. 주최 쪽에서 의원 40명 포함 3천여명이 모였다고 추산한 개소식에서 김 의원은 “대통령 따로, 당대표 따로 노는 것 때문에 우리가 오랜 세월 고통을 많이 겪었는데 이제는 반면교사 삼아 호흡을 잘 맞춰 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총선에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친윤계의 노골적인 움직임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공천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당시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음에도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경선에 뛰어들어 유 전 의원을 꺾었다. 당 주변에선 ‘자객 공천’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 주변에서는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거친 행보가 당권 장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고리를 한층 단단하게 만들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과 뜻이 잘 맞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대표가 필요한 대통령실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친윤계가) 파워 그룹을 형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원이 100만명 가까이 되는 까닭에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대한 돌발 변수를 없애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을 거스르는 “이준석 전 대표 트라우마 탓”(한 당직 의원)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교통정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되니 이제 자기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썼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윤핵관들이 정당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고 전당대회를 비상식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하고 있는 건 선거 개입이다.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만들려고 김기현 의원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누가 봐도 당무 개입이다. 이렇게 노골적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시민들의 정서가 확 나빠졌다. 이대로라면 총선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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