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尹 옆에 ‘안경쓴 개’ 한동훈…野 주관 국회 전시회 그림 보니
野출신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 뒤늦게 파악해 중지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표현된 윤석열 대통령. 복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무릎에는 욱일기 문양이 들어간 매듭이 묶여있다. 술병을 들고 있는 손은 실이 끊어져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유의 안경을 쓴 개로 표현됐다.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展) 인 서울’에 걸린 그림 가운데 하나다.
다른 그림은 윤 대통령을 ‘초록색 괴물’로 묘사했다. 한손에는 아랫부분이 술병 모양인 삼지창을 잡고 있고, 다른 손에는 돈이 올려진 저울을 들었다. 윤 대통령의 뒤로는 ‘무당’ 모습의 김건희 여사와 무속인이 그려져 있다. 무속인의 손에는 일장기 문양의 부채가 들려있다.
가짜뉴스로 판명난 ‘청담동 술자리’를 주제로한 그림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마이크를, 한 장관으로 보이는 인물은 탬버린을 들고 있다. 배경에는 ‘애창곡 동백아가씨, 사랑2, 김앤장 뮤직(Music)’이라고 적혀있다. 술자리 의혹의 목격자라고 지목됐다가 경찰에서 “거짓이었다”고 자백한 첼리스트 A씨는 실루엣만 그려져 있다.
어의를 입은 윤석열 대통령이 나체로 그려진 모습도 있다. 얼굴은 종이로 가려져 있는데, 종이에는 ‘궁금하시면 들춰보세요’라고 적혀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이 그려진 가운데 ‘대통령실·사저 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이라고 쓰여있는 그림도 있다. 윤 대통령이 나체로 김 여사와 칼을 휘두르는 모습도 있다.
이 전시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문화계 요직을 휩쓴 민예총이 주최했다. 공동 주관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야권 국회의원 12명이었다.
전시에 제동을 건 것은 국회 사무처다. 국회 사무처는 민주당 출신의 이광재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내규 6조 5호에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이 내규에 위반되지 않는 조건의 그림들만 전시하는 조건으로 의원회관 로비 사용을 허가했는데 이를 주최 측에서 어겼다고 판단해 철거를 요구했다. 주최 측이 철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국회 사무처가 결국 강제 철거했다.
야권에서는 국회 사무처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국회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정신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며 “풍자라는 허울로 예술을 스스로 칭하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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