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끝은 새로운 출발...한지로 돌아간 '추상 대가' [손이천의 '머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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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섭(1927~2011)은 서울대 미대 제1회 입학생으로 한국의 아카데미즘 미술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1951년 졸업 전시에서 총장상을 받았고, 2년 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으며 화단에 본격 등장했다.
'귀' 연작은 제목이 시사하듯이 어떤 방황의 끝을 통해 또다른 출발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전통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재료로써 한지로의 회귀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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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경부터는 유화를 수묵화 같은 기법으로 사용했고, 1970년대 중반부터 한지를 활용하는 작업, 1980년대 초부터는 종이 자체가 작품이 되는 '닥' 연작을, 1990년대 이르러서는 '묵고' 연작을 이어가면서 한지의 은근한 아름다움과 이를 통해 표현되는 내재적 울림을 전하는 고유의 명상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평생토록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등 이질적 개념이 합치되는 '물아일체'의 세계를 추구했다.
'귀(歸) 78-W(사진)'는 1978년 작으로 1993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렸던 '그리지 않은 그림 1953-1993' 전시를 통해 소개된 작품이다. 1970년대는 정창섭의 회화정신이 본격적으로 잉태하던 때로 그의 화업에서 일대기적 전환이 이뤄진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 작가는 화선지를 캔버스에 붙인 뒤 그 위에 먹이 자연스럽게 번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는데, '귀(歸) 78-W'는 원이 중심이 되던 '귀' 연작의 초기를 지나 사각형의 형상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귀' 연작은 제목이 시사하듯이 어떤 방황의 끝을 통해 또다른 출발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전통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재료로써 한지로의 회귀도 포함한다. 그에게 한지는 한국인의 삶과 밀착된 전통적 생활방식이자 보편적인 민족성을 지닌 재료인 셈이다. 케이옥션이 준비하고 있는 새해 첫 경매(18일)에 출품된 '귀(歸) 78-W'의 추정가는 2200만~8000만원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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