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재확산·경기침체에 `원자재 투자` 올해는 글쎄
올 제조업 둔화 등 수요감소 전망
원유·원자재·농산물 ETF 급락
전기차·신재생 에너지 영향도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따른 원자재 가격 강세로 쏠쏠한 수익률을 기록했던 원자재 투자가 올해는 상승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재 투자는 4.26%의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달러(6.99%)와 금(5.12%)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 이상 하락한 것과는 대조된다.
곡물, 원유, 천연가스,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CRB지수는 지난해 6월초 329.59포인트로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말엔 277.75포인트로 2021년 말 대비 19.5% 상승하는 등 자산시장 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들어선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둔화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 방역정책 완화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이 맞물리면서 원자재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공행진 했던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하락세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2022년 6월 2일~2023년 1월 6일) 원유·원자재·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KODEX WTI원유선물(H) ETF'의 경우 6개월여 만에 32% 가까이 하락했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H)'과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도 각각 31.08%, 19.40%씩 내렸다.
이밖에 △'KODEX 3대농산물선물(H)' (-17.85%) △'TIGER 금속선물(H)'(-16.91%) △'TIGER 200 철강소재'(-16.14%) △'KBSTAR 200철강소재'(-15.80%)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15.46%) △'KODEX 철강' (-14.31%) △'KODEX 콩선물(H)' (-8.12%)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7.59%) 등 원자재 관련 ETF 대부분이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하락 폭(-14.74%)을 밑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해 같은 해 11월까지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며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국제유가의 경우 최근 배럴당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WTI(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전주 대비 8.2% 내린 배럴당 73.7달러에 거래됐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 중앙은행의 통화긴축과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 하락하고, 공급 이슈가 부각되면 상승 압력을 받으며 70~80달러대 박스권 횡보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고점인 90달러 중반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원유시장에는 공급 불확실성보다는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오 연구원은 "원유 소비가 전기차 보급,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등으로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원유 수요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는 장기 평균인 60달러대로 수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금속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춘절 연휴(1월 21~27일) 기간 동안 수요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치를 하회하는 등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다는 점도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원자재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 속에 주요 곡물 가격도 일제히 약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2.4로 전월보다 1.9% 하락하면서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수산식품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밀,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국제 가격은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맥(SRW)의 경우 6개월 간 최고가에서 최저가 간 등락률이 35.45%에 달한다. 대두와 옥수수도 각각 23.23%, 28.42%씩 내렸다.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곡물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봉쇄 완화에도 중국 수요 증대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에탄올 생산이 증가하는 점은 옥수수 가격에 긍정적이나 남미 기상 조건이 양호한 점이 가격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원자재 시장은 당분간 글로벌 경기 침에 우려에 따른 수요둔화로 하방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상반기 내 중국 코로나 확산세 진정 여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변수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에너지와 농산물의 공급 차질은 이어질 것"이라며 "에너지 섹터는 계절 적 수요 외에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로 수요 감소 효과가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공급차질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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