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극 시작하던 마음으로 끝도 장식"…연극계 거장들의 축제

조재현 기자 2023. 1. 9. 18: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극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도 장식하고 싶어요."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앞둔 원로 배우 박승태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우옥은 실험극이 흔치 않았던 1982년 이 작품을 초연하며 국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정현에게 2019년 37회 대한민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안긴 이 작품은 요양원에서 펼쳐지는 노년의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7회 늘푸른연극제…국립정동극장 세실서
제7회 늘푸른연극제 선정작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에 출연하는 배우 박승태. (늘푸른연극제 사무국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연극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도 장식하고 싶어요."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앞둔 원로 배우 박승태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인사말 차례가 돌아오자 "이런 자리(기자간담회)는 언제나 떨린다"며 수줍은 미소마저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전하는 낭랑한 목소리에선 수십 년간 쌓은 무대 위 내공이 묻어났다.

한국 연극계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늘푸른연극제'가 이달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새로움을 말하다'를 부제로 본격 막을 올린다. 올해로 7번째 시즌을 맞은 연극제는 국립정동극장과 스튜디오 반이 공동 기획했다.

지난해 10월 연출가 김우옥(89)의 '겹괴기담'으로 막을 올린 이번 축제에선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 '영월행일기', '꽃을 받아줘' 등 3편의 선정작이 관객들과 만난다.

김우옥은 9일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늘푸른연극제는 내게 젊음을 가져다 준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겹괴기담'은 2개의 공포담이 여러 공간에서 교차하며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의 실험극이다.

구조주의 연극의 대가인 마이클 커비의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우옥은 실험극이 흔치 않았던 1982년 이 작품을 초연하며 국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후 2000년 한예종 정년 퇴임 기념으로 예술의전당에 이 작품을 다시 올린 바 있다.

그는 "초연 때는 관객들이 당혹스러워했던 기억이 많은데, 이번 공연에선 영상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말로만 하는 연극의 시대는 끝났기에 과거 관객들이 어려워했던 지점을 쉽게 접근하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제7회 늘푸른연극제 개막작 '겹괴기담'을 연출한 김우옥. (늘푸른연극제 사무국 제공)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공연하는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은 안중익의 단편소설 '문턱'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배롱나무꽃으로 환생하듯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박승태는 "원래 7~9월에 피는 배롱나무꽃이 한겨울에 피어나는 이유는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그 기적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연극을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을 장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달 28일부터 2월5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영월행일기'는 한국 대표 극작가 이강백의 작품이다. 고문서 '영월행일기'의 진품 검증을 위해 모인 고서적 연구회 회원들과 500년 전 영월에 유배된 단종 등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과 허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1995년 초연 당시 제19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이듬해 제4회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영월행일기'의 김성노 연출은 "30여년 전 작품이라 어떻게 하면 지금 시대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에 고민하고 있다"고 연출 방향을 소개했다.

제7회 늘푸른연극제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늘푸른연극제 사무국 제공)

마지막 무대를 채우는 '꽃을 받아줘'(2월8~12일)는 극단 민예 소속의 배우 정현의 대표작이다. 정현에게 2019년 37회 대한민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안긴 이 작품은 요양원에서 펼쳐지는 노년의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시공간과 죽음까지 초월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그려내며, 어떤 순간에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꽃을 받아줘'에서 연기와 연출을 맡은 정현은 "3년 전과는 달리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맛을 느끼고, 이를 통해 '역시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반의 이강선 대표는 "이 축제가 국가 지원을 통해 원로들이 창작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한국 연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세실 극장에서 열리는 만큼 위상이 달라지고, 연극계 원로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했다.

cho8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