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의 고민 길어지는 이유…라임은 DLF와 다르다
DLF 제재는 ‘처벌할 법이 없어서’ 취소 승소
금융권 안팎 “라임은 적용 법 달라”
‘라임 사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라임 징계에 앞서 내려진 디엘에프(DLF·해외금리연계 집합투자증권) 사태 관련 징계를 대법원까지 끌고가 취소 판결을 받아낸 손 회장은 라임 징계도 법정에서 다퉈볼지 장고 중이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려면 소송은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그러나 디엘에프 징계와 달리 라임 징계의 경우 손 회장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금융계 안팎에서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오는 18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공식 가동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손 회장이 거취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우리은행 ‘기관’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천만원을 부과했고, 손 회장 ‘개인’에 대해서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3∼5년간 임원 취업이 제한된다.
우리금융지주는 기관 제재에 대해 소송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의 징계를 그대로 수용하면 판매 책임을 고스란히 인정하게 돼 현재 라임 사태를 두고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라임펀드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운용·판매한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에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우리은행이 기관 제재에 대해 소송에 나설 경우 손 회장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기관이 소송에 나섰는데, 손 회장이 개인이 받은 징계에 대한 소송을 포기하면 배임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9월 우리은행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 첫 재판에서는 손 회장이 받은 중징계가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됐다.
손 회장의 고민을 더 가중시키는 부분은 승소 가능성이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라임 징계 소송에선 이전 디엘에프 소송과 다르게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엘에프 사태와 라임은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이뤄져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당시 최종 책임자인 손 회장에 징계를 내린 근거법이 다르다. 디엘에프 사태는 불완전판매 행위자가 일반 직원에 그쳐 손 회장을 관리 책임으로 제재할 수 없었다. 금융당국이 끌어온 법률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 등에 규정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조항이었다. 경영진이 과도하게 디엘에프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불완전판매 등을 예방할 충분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근거로 이를 ‘준수’하지 않은 잘못을 처벌할 수 없다며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반면 라임 사태는 불완전판매 행위자가 임원인 부행장보까지 올라가 손 회장이 ‘자본시장법’ 상 관리 책임을 진 경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라임은 불완전판매로 제재를 한 건이고, 다른 증권사나 금융회사들도 제재를 받았다”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소송을 자제하라고 한 데에는 소송으로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개인 소송과 연임 도전은 별개라는 점도 손 회장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손 회장이 연임을 도전하려면 개인 징계에 대한 취소 소송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개인 징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반드시 연임을 시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내에서 징계 취소 소송과 별개로 손 회장이 책임을 질 것은 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 주주와 이사회 등이 손 회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엘에프 징계는 기본권적 권리를 침해하는 침익적 행정 처분이 아니라 적격성 유지를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허용된 금융회사 임원이라는 특권을 회수하는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며 “디엘에프에 이어 라임사태까지 임원으로서 적격성에 물음표가 붙은 손 회장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와 국민연금공단 등 우리금융지주 주주와 이사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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