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풍자' 국회 전시회 무산…與 "인신모독" 野 "표현의 자유"(종합)

국회, 작품 철거…이광재 "이태원 참사 국조 우선"
작가, 사무처 면담 후 중단 결정…"작품 훼손은 좌시 않을 것"

9일부터 5일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굿바이전 in 서울' 전시회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풍자 작품(고경일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전시 작품 80여 점을 전시하려다 국회사무처가 적절성 문제를 제기해 결국 전시회가 무산됐다. 전시회 참여 작가들은 국회 사무처와 면담한 이후 전시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은 이를 두고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무소속 의원 12명은 서울민족예술인총연합, 굿바이전조직위원회와 공동주관해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굿바이전 in 서울'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국회사무처에서 작품들을 철거했다.

전시회는 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동작)·장경태·최강욱·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이 공동주관했다.

전시될 작품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상체를 탈의하고 김건희 여사와 칼을 휘두르고 있는 그림 등 윤 대통령 부부와 현 정부를 풍자하는 작품도 포함됐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8일 오후 7시부터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 제6조5호를 위반할 수 있는 작품은 전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원회관 제2로비 사용을 허가했다"며 전시 작품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3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규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전시회를 공동주관한 민주당 및 무소속 의원들은 '무단 철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 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 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 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라며 " 또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당한 권력에 더는 시민들이 압사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고,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은 정치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며 "정도라는 것을 망각한 채 자극적 요소만을 살려 선전·선동하는 못된 습관을 버리기 바란다"고 공동주관한 의원들을 질타했다.

국회사무처는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등을 이유로 전시회 시기를 연기하는 것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전날(8일) 밤 민주당 의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후 전시회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지금은 희생자 유가족분들의 말씀을 국회가 차분히 들을 시간"이라고 밝혔다.

전시회 참여 작가들은 이날 오후 이 사무총장을 면담한 뒤 전시회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 사무총장은 작품을 원상복귀 시킬 마음이 없다. 국회 사무처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요구한다"며 "작품 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 여당을 향해서는 "국민의 힘을 비롯해 현 정권의 권력자들은 '윤석열 누드화'를 핑계로 '10.29 이태원참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국민들 앞에 한점 의혹이 없도록 국정조사 위원들은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2017년에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곧, BYE(바이)! 展'이라는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프랑스 유명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적 누드화인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작품에서 나체 인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 넣어 논란이 됐다.

train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