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랠리' 주도한 외국인 … 은행·반도체 쓸어담았다

강민우 기자(binu@mk.co.kr),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3. 1. 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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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떠난 증시 외국인 "사자"
새해 일주일 새 1.8조 순매수
키워드는 정책수혜·낙폭과대
삼성전자만 6851억원 사들여
美금리인상 둔화 전망도 한몫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2%대 상승하며 2350선까지 반등했다. 작년에 주가가 많이 하락한 반도체와 은행주 등 '낙폭과대 대형주'가 올해 들어 오르면서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2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코스피는 지난주 5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새해 거래대금이 3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개인이 떠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진 모습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작년 한 해 동안 하락폭이 컸던 KRX은행(작년 18.1% 하락)·KRX반도체(-44.2%)·KRX건설(-23%) 지수와 네이버·카카오가 포함된 KRX미디어&엔터테인먼트(-49.5%) 지수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KRX은행 지수가 올해 들어 6거래일 동안 13.8% 올랐고, 나머지 지수는 5% 안팎으로 상승했다.

반도체와 대형 은행주를 중심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비중을 확대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이 기간 가장 많이 담은 주식은 삼성전자로 6851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역시 반도체 종목인 SK하이닉스도 12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KB금융(989억원) 하나금융지주(870억원) 신한지주(840억원) 등 은행주도 순매수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와 은행주에 외국인 자금이 쏠린 배경으로 최근 주가 하락으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꼽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두 차례뿐"이라며 "은행주 역시 PBR가 0.4배까지 하락한 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로 과거 대비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두 업종에 대해 투자 심리가 개선될 만한 호재가 발생한 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도체의 경우 올해 초 발표된 정부의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과 삼성전자의 감산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예상치를 크게 밑돈 작년 4분기 실적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급을 축소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CAPEX) 예상치를 49조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연간 설비투자 추정 금액인 54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작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주는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실적에 대한 우려도 줄어든 모습이다. 노 연구원은 "일부 금융지주가 결정한 주주환원 정책 확대는 ROE 전망을 더 높일 수 있는 만큼 주가 상승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작년 유독 부진했던 인터넷 업종도 하락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작용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이 기간 각각 981억원, 381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상반기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1월은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선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아직 공식적으로 감산을 밝히지 않았고, 업황 바닥 신호도 나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확정 실적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하, 중국 경기 회복,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우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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