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실사용 '페이코인' 서비스 중단 위기…시총 3300억 증발
다음달 6일부로 서비스 종료해야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 투자유의종목 지정
"한달 내 은행 계약 마무리해 서비스 종료 막을 것"
FTX사태로 가상자산 리스크 부각돼
은행 빠른 결정 쉽지 않을 듯
페이코인은 실명계좌를 확보해 다시 신고를 접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상당히 진척시킨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달 내 계약을 마무리하고 서비스 중단 사태를 피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320만 실사용 페이코인에 무슨 일?
페이코인은 종합결제 업체 다날이 2019년 출시한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다. 이용자는 PCI 코인으로 지불하고, 가맹점은 원화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페이코인이 환전하고 정산해준다. 국내 5대 편의점, 도미노피자, 할리스 같은 인기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전국 15만 가맹점에서 쓸 수 있고, 할인 혜택도 커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엔 누적 가입자 320만 명을 돌파했다. 페이코인만큼 실생활에 활발히 쓰이는 가상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대표 ‘K-코인’으로 자리매김한 페이코인이 규제 리스크를 맞닥뜨린 건 가상자산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 2021년 9월부터다. 페이코인 운영사인 페이프로토콜은 당시 ‘지갑·보관 사업자’로 신고를 접수했는데, 당국은 페이코인 앱을 단순 지갑 서비스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심사를 보류했다.
당국은 페이코인은 이용자로부터 코인을 받은 뒤 ‘페이프로토콜-다날-다날핀테크’ 등 계열 회사들이 중간에서 코인을 원화로 환전해 가맹점에 정산해주는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이 사실상 코인 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페이프로토콜-다날-다날핀테크로 이어지는 결제 정산 구조를 유지할 경우 페이프로토콜 외에 두 업체도 가장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고 봤다.
이후 당국은 페이프로토콜만 가상자산을 다루도록 서비스 구조를 변경하고, 페이프로토콜이 가상자산 매매업자로 추가 신고(변경신고)하는 조건을 달아 지난해 4월 신고를 수리했다. 당국은 이후 7월, 10월 두 차례 페이프로토콜에 공문을 보내 매매업자로 신고할 때는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며, 신고 접수 마감 기한은 지난해 12월 30일까지라고 못 박았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를 하려면 업비트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실명계좌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페이프로토콜은 그간 여러 은행과 논의를 진행했지만, 신고 기한인 12월 말일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당국에 변경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FIU는 지난 6일 ‘신고심사위원회’를 열고 페이프로토콜이 접수한 가상자산 매매업 변경 신고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당국은 이용자와 가맹점 보호를 위해 안내 및 서비스 종료 관련 기술적 조치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다음 달 5일까지는 서비스를 정리하게 했다.
페이코인의 위기는 서비스 자체의 문제나 코인 발행량 오기같은 잘못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금융 당국의 유권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신고 불수리 소식이 전해지자 PCI 가격은 폭락했다. 지난 6일 오후 6시께 310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몇 시간 만에 210원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195원으로 주저앉았다. 시가총액도 9000억원에서 57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 3일 만에 가격은 37% 폭락하고, 시총 33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다음 달 5일 이후 서비스가 종료되면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PCI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해 놓고,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서비스가 종료되면 상장폐지까지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빗썸은 공지를 통해 PCI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공지를 다음 달 6일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실사용 중인 페이코인을 상장폐지한다면, 서비스 개발도 안 된 다른 코인은 모두 다 상폐감이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페이프로토콜은 한 달 내 최선을 다해서 은행과 계약을 마무리 짓고 변경신고를 다시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중단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설연휴를 제외하면 실제 은행과 논의를 진행할 시간이 얼마 없고, FTX와 위믹스 사태 후폭풍으로 전통 금융권에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녹록하진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페이프로토콜과 실명계좌 발급 논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전북은행이 앞서 계좌를 내준 고팍스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고팍스는 자금난으로 가상자산 예치 상품 ‘고파이’의 고객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못하는 상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전북은행 입장에선 고팍스가 고객 예치금 지급 불능상태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한 부담일 것”이라며 “애초 전북은행과 페이프로토콜이 지난해 연말까지 계좌발급 계약을 맺으려다가 미뤄진 것도 고팍스 문제가 연관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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