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면 죽인다" "화장 좀 해라"…국립현대미술관의 '민낯'

성수영 2023. 1. 9. 18: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고에 넣어야 할 '나랏돈' 3200만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풀었다.

소장품을 구입할 때 자문하는 외부 전문가 수(50명→11명)를 마음대로 줄이는가 하면, 국고로 반납해야 하는 세금 3200만원을 직원 34명에게 나눠주는 상식 밖의 잘못이 여럿 발견됐다.

"싸움박질하는 것만 보면 국현(국립현대미술관)이 아니라 국회"란 자조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 발표
수익금을 직원 격려금 임의집행
법령 위반해 미술작품 구입하고
유튜브 해킹됐는데 보고 누락도
윤범모 관장 체제 '각종 잡음'
"코드 인사·이념 편향" 비판 나와
알력다툼 심해지면서 분란 커져


국고에 넣어야 할 ‘나랏돈’ 3200만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풀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은 일부가 고장 난 채로 전시됐다. 공식 유튜브 계정이 해킹됐는데도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도 안 했다. 문제가 터지자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나가서 (녹음하고 언론에 제보하는 등) 딴소리하면 죽인다”는 조직. 관리자가 여성 직원에게 “옷은 이렇게 입고 할거야? 화장 좀 해라”고 하는 직장.

허섭한 동네 미술관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난 2년간 벌어진 일이다. 문체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진행한 감사에서 발견한 문제는 총 16건. 소장품을 구입할 때 자문하는 외부 전문가 수(50명→11명)를 마음대로 줄이는가 하면, 국고로 반납해야 하는 세금 3200만원을 직원 34명에게 나눠주는 상식 밖의 잘못이 여럿 발견됐다. 일부 직원이 시간외근무수당을 부당 수령(총 129만원)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수의 계약(약 4억원 규모)을 맺은 게 ‘사소한 잘못’으로 보일 정도였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사내 갑질이었다. “(얼굴을 점수로 매기면) 너는 10점, 너는 90점, 너는 50점” “너는 수준이 초등학생이다” 등 폭언이 오갔고, 윤범모 관장(사진)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체부는 “윤 관장이 사내 갑질에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미술관 조직 전반에 불신이 퍼졌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 미술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상당수 미술계 인사는 “윤 관장이 온 뒤 이런 난맥상이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민중미술(운동권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2018년 11월 관장으로 임명됐다. 당초 윤 관장은 기관장 역량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문체부가 이례적으로 재평가 기회를 준 덕분에 임명됐다. 문화계 안팎에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취임 일성부터가 “북한 미술에 대한 연구, 북한과의 교류 전시 등을 추진하겠다”였다.

지난해 2월 윤 관장의 재임이 확정됐을 때는 “정권 말 알박기”라는 말이 나왔다.

윤 관장 취임 후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황재형(2021), 임옥상(2022) 등 민중미술 계열 작가의 대규모 전시가 자주 열렸다. 특정 미술사조에 속한 생존 작가 전시가 2년 연속 열린 건 이례적이다. “관장 재량에 따라 전시 방향이 바뀌는 건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조직이 흔들리면서 ‘사내 정치 싸움’이 심해졌다. 문체부 감사에서 문제가 된 갑질과 폭언 등도 이런 과정에서 일어났다. “싸움박질하는 것만 보면 국현(국립현대미술관)이 아니라 국회”란 자조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본업은 소홀해졌다. 지난해 6~9월 열린 채색화 특별전에서는 미술사적으로 다른 개념인 ‘채색화’와 ‘민화’를 혼동하는 기초적인 오류를 저질렀다. 지난해 8월 개막한 ‘이건희컬렉션’의 이중섭 전시에서는 작품 ‘아버지와 두 아들’이 한 달 넘게 거꾸로 걸려 있기도 했다. 한국 최고 권위의 미술관에서 초보적인 실수가 잇따르자 한국 미술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오늘 오전 감사 통보를 받고 확인 중”이라며 “통보 결과에 따라 향후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