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17> 박성진의 가치 투자와 골프 (5)] “얻는 이익보다 싸게 사라”…버핏이 지킨 하나의 원칙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날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고 나타나 대여섯 타 차이를 가볍게 뒤집는 역전의 명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그런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한 번 잡은 승기를 거의 놓치지 않는 탁월한 경기 운용의 소유자였다. 그의 압도적인 샷 능력을 생각하면 포뮬러 원(F1) 경주용 머신을 타고도 각종 신호를 모두 지키며 안전운행을 하는 모범 운전사 같다. 앞서 있을 때 우즈는 스코어를 줄이기 전에 먼저 잃지 않는 확률이 높은 경기를 했다. 위험 지역은 피해가고 홀을 직접 공략하기보다는 2퍼트 이내로 끝낼 수 있는 곳에 공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우즈는 출전한 대회에서 22.8%라는 경이적인 승률로 82승을 거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중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나 단독 선두에 올랐던 59개 대회에서 55승을 거두었다.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나섰을 때는 46번 중 44번을 이겼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도 철저하게 안전운행 원칙을 지켜왔다고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설명했다.
워런 버핏은 2011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주주서한에서 투자 대상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하나는 은행예금이나 채권처럼 일정 금액으로 표시되는 투자 대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투자 대상이 ‘안전’하다고 착각하는데,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투자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런 투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구매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투자 대상은 금이나 비트코인, 17세기 네덜란드 튤립처럼 아무런 산출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산이다. 이런 자산으로 수익을 내려면 미래에 누군가 더 높은 가격에 사줘야 한다. 이런 믿음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이들 자산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세 번째 투자 대상은 기업이나 농장, 부동산 같은 생산 자산으로, 버핏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다.
이들 자산에 버핏이 투자했던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현명한 투자가 무엇인지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농장 투자 사례다(2013년 주주서한). 버핏은 1986년 오마하 북쪽에 있는 농장 하나를 사들였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파산한 은행이 몇 년 전 그 농장을 담보로 대출해준 금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금액을 내고 사들였다. 버핏은 농사를 좋아했던 큰아들의 도움으로 이 농장에서 수확할 옥수수와 콩의 산출량과 운영 경비를 추산할 수 있었다. 이 추정치를 바탕으로 계산해 연간 10%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세월이 흐르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곡물 가격도 상승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때때로 흉년도 들고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버핏은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때로는 풍년도 들 것이고, 서둘러 농장을 팔 필요도 없었으니까. 28년이 지난 2013년 농장에서 나오는 이익은 세 배로 불었고, 농장 가격은 다섯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다음은 부동산 투자 사례다. 1993년 버핏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대에 인접한 상가 부동산을 샀다. 저축기관들이 낙관적인 대출 관행으로 거품을 키우다가 상업용 부동산 거품 붕괴로 파산하자 정리신탁공사가 이들의 자산을 처분하려고 내놓은 매물이었다. 이번에도 분석은 간단했다. 대출금이 없을 때 이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률이 농장과 마찬가지로 약 10%였다. 더구나 당시 정리신탁공사가 이 부동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비어 있는 여러 매장을 임대하면 수익이 올라갈 수 있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건물의 평균 임대료가 제곱피트당 70달러였는데 (전체 공간의 약 20%를 점유한) 최대 세입자가 내는 임대료는 약 5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이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수익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의 위치도 최고였다. 뉴욕대가 옮겨 갈 일은 없으니까. 실제로 기존 계약이 만료되자 수익이 세 배로 뛰었다. 2013년이 되자 연간 분배금이 투자 원금의 35%를 넘어갔다. 게다가 기존 부동산 담보 대출금을 재융자받는 과정에서도 많은 이득을 보았다고 한다.
다음은 버핏투자조합 시절 젊은 버핏의 가장 유명한 투자 사례로 회자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 투자다. 1964년 샐러드 오일 스캔들로 아멕스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아멕스는 신용카드와 여행자수표 사업 그리고 창고증권 발행 사업을 하고 있었다. 뉴저지의 저장창고에 보관된 샐러드 오일을 담보로 창고증권을 발행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는 샐러드 오일이 없었다. 기업사기꾼 앤서니 드 앤젤리스가 샐러드 오일을 보유한 것처럼 조작해 신용 사기를 계획했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렸던 것이다. 채권자들은 1억7500만달러(약 2200억원)를 청구했는데 1964년 한 해 동안 아멕스가 번 돈보다 열 배나 많은 돈이었다. 아멕스는 파산할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황에 빠져 아멕스 주식을 팔아 치웠다. 하지만 버핏은 달랐다. 버핏은 오마하에 있는 그의 단골 스테이크 전문점과 여타 점포에서 사람들이 여전히 아멕스 카드와 여행자수표를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금전등록기 뒤에 서서 손님들이 식대를 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게 주인들은 여전히 아멕스 카드를 받고 있었고 아멕스의 핵심 사업인 신용카드와 여행자수표 사업은 손상되지 않은 채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멕스가 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생기자 버핏은 아멕스 주식을 사들였다. 그것도 포트폴리오의 40%에 달할 정도로 아주 많이 사들였다. 그리고 ‘전설’이 됐다.
버핏은 농장과 빌딩을 사기 전에 농장에서 나오는 농작물의 판매 수익이 얼마나 될지, 빌딩 임대 수익이 얼마나 될지를 보수적이면서 합리적인 자세로 가늠해 보았다. 연간 10% 이상의 기대 수익이 예상된 상황에서 충분한 기간 보유할 생각으로 사들였다. 아멕스에 투자하기 전에 그 회사의 핵심 사업이 여전히 건재하고 돈을 잘 벌 것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충분히 싸다는 확신이 생기자 과감하게 투자했다. 공황에 빠져 아멕스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했다.
아울러 버핏은 농장이나 빌딩, 아멕스 주식을 사면서 거시 경제나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식을 사면서 거시 경제와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환율은 얼마나 오를지, 코스피 지수는 어디까지 하락할지, 언제 주식을 사야 할지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유자금으로 충분한 기간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소음에 불과하다.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두 부동산을 산 시점은 1986년과 1993년이었다. 이후 경제, 금리, 주식 시장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내 투자 결정에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 신문 머리기사와 전문가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네브래스카 농장에서는 옥수수가 계속 자라고, 뉴욕대 인접 상가에는 학생들이 몰려들 테니까.”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모든 투자의 기본 원칙은 같다. 내가 투자한 자산이 가져올 미래 이익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 이익에 비해 싸게 사는 것, 이것이 현명한 투자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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