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의 종목 스터디 <2>] CJ CGV가 가야 할 길 보여준 ‘아바타: 물의 길’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2023. 1.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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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아바타: 물의 길’. 사진 연합뉴스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7년 5월 4년여 간의 공백을 깨고 복귀해 ‘월드 베스트 CJ’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세 개 이상 사업 부문에서 세계 1등에 오르겠다는 비전이었다. 그리고 CJ 내부에서 가장 자신 있어 하던 사업 중 하나가 바로 CJ CGV였다. 아이맥스와 4DX(4차원 상영관), 자체 개발한 스크린X(다면상영 시스템) 등 다양한 포맷의 영화관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리라고 본 것이다. 실제 이재현 회장은 두 달 뒤인 2017년 7월,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당시 CGV 한 임원은 필자에게 “자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일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졌다. 가뜩이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신흥 시장 공략이 더딘 상황에서 튀르키예(옛 터키) 외환 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튀르키예는 CGV가 가장 공들였던 시장이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준금리를 24%로 올렸다가 바로 8%로 낮추면서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했고, 뒤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완전히 망가졌다. 국내 또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CGV는 영화관 부지를 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손님이 뚝 끊겼는데 임대료 부담이 지속돼 경영진의 주요 업무는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이 됐다. CJ CGV는 2021년 6월과 2022년 7월 각각 3000억원, 40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재무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2년 12월 23일 지주회사 CJ로부터 8.5%의 이자율로 500억원을 30년 만기로 차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민회 대표, 최정필 경영리더 등 경영진도 모두 재무통으로 교체됐다. CGV가 매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약 1500억원. 2023년 또한 당장은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2, 희망 보여줬지만 기대는 밑돌아

2022년 하반기는 그나마 CGV의 숨통이 트인 때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됐던 대작들이 줄줄이 등장해서다. CGV나 증권가는 특히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개봉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기반으로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열풍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아바타2의 성적이 초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수는 717만 명으로, 1편보다 3일 이른 시점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명 돌파가 무난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북미 매출도 전편 대비 10% 넘게 늘었다.

그런데도 아바타2 제작사인 디즈니 주가가 개봉 전 대비 소폭 하락하고, CGV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아바타2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펀드매니저는 “주가란 100을 예상했다면 100, 120만 보여줘도 부진할 수 있다”면서 “지금보다 훨씬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줘야 아바타2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 또한 “일반적으로 후속작은 개봉 초기 흥행몰이를 한 뒤 빠르게 매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향후 추이를 봐야 전작을 뛰어넘을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아바타2가 언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등장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본다. 일부 전문가는 아바타2의 흥행이 기대를 밑도는 데 대해 그만큼 이용자들이 OTT 서비스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한다. 역대급 한파라고 하는 요즘 날씨에 굳이 밖에 나서지 않고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길 희망한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극장 개봉작이 흥행에 실패한 것이 아닌데도 OTT에 공개되는 시점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1년 개봉한 ‘이터널스’는 극장 개봉 이후 70일 만에 디즈니 플러스(+)에 등장했는데, 2022년 개봉한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버즈 라이트이어’는 각각 49일 만에 디즈니 플러스 고객들과 만났다. ‘한산’과 ‘비상선언’ 또한 33일, 35일 만에 쿠팡플레이에서 서비스됐다. 디즈니 또한 디즈니 플러스를 키우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아바타2를 언제 출격시킬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약 아바타2가 세간의 예상보다 빨리 OTT에 등장한다면, 영화관이 또다시 OTT에 무릎을 꿇은 사례로 언급될 전망이다.

2020년 1월 초 주가는 3만4400원, 당시 시가총액(시총)은 7000억원대였다. 그런데 올해 1월 2일 주가가 1만7050원인데 시총은 도리어 8137억원으로 불었다. 전환사채(CB) 전환가가 2만2000원인 만큼 시총이 최소 1조원대 중반까지 늘어야 한다. 사진 한국거래소

만만치 않은 재무 부담, 살길은 ‘차별화된 극장 경험’뿐

영화관 관객 수는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아바타2가 특별관에서는 높은 예매율을 자랑하지만, 2D 관객은 많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작이 아니라면 굳이 영화관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영화를 3D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CGV나 다른 멀티플렉스들은 영화관 관객이 감소하는 시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즉 CGV는 전반적으로 관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매해 이자 비용(1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만 하는 처지다. 

CGV에 호의적인 대신증권조차 2023년, 2024년 모두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CGV가 2023년과 2024년 각각 480억원, 7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나 이자 비용 등으로 인해 순손실이 960억원, 66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GV가 이자 비용을 줄이는 길은 하나다. 전환사채인 만큼 주가가 급등하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함으로써 탈출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너무 큰 발행 규모로 인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CGV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주가는 반 토막 아래로 내려왔지만 시가총액(시총)은 오히려 늘어났다. 2020년 1월 초 주가는 3만4400원, 시총이 7000억원대였는데, 올해 1월 2일 주가는 1만7050원이지만 시총은 도리어 8137억원으로 불었다. 전환사채 전환가가 2만2000원인 만큼 시총이 최소 1조원대 중반까지 늘어야만 한다.

어쨌든 CGV의 갈 길은 기술력이다. OTT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극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이 CGV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스크린X는 3면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국내 토종 기술로, 좀 더 확산한다면 CGV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영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CGV가 기술 개발하는 영역은 아니지만 안경 없이 보는 3D관이나 또 다른 4D 기술도 영화관 산업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CGV가 또 다른 공간 활용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CGV는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상영관 공간 일부를 개조해 클라이밍짐 지점을 오픈하는 타개책을 마련했다. 허민회 대표의 지시로 시작했는데,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관 특성상 층고가 높아 클라이밍짐으로 활용할 만했다는 평가다. 가격은 성인 기준 하루 2만원으로, 2022년 1월 서울 돈의동 CGV피카디리1958에 1호점을 오픈했고, 같은 해 11월 CGV구로에 2호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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