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만 백화점·야시장 가보니 ‘막걸리·라면’ 인기 | “관세 탓에 한국 식품 가격 경쟁력 떨어져…대만과 FTA 체결 필요”

타이베이(대만)=이신혜 조선비즈 기자 2023. 1.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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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신콩 미츠코시백화점에 마련된 ‘한국상품전’에서 한식을 맛보는 대만 사람들. 사진 타이베이=이신혜 기자

2022년 11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있는 신콩 미츠코시 백화점은 6층 전체를 ‘한국 상품전’으로 꾸몄다. 포장마차 분위기의 여수 낭만 포장마차, 한국식 짜장면을 파는 경성 중화요리, 즉석에서 호떡을 튀겨주는 서울 씨앗호떡 등 한글로 된 간판이 눈에 띄었다. 50석 규모의 간이 식탁과 의자로 꽉 채워졌다.

백화점 내부에는 10~20대로 보이는 젊은 세대부터 50~60대로 보이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이 한식을 즐기고 있었다. 한류(韓流)의 영향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국 상품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빙그레 우유가 판매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의 막걸리, 한라산 소주, 제주도 유자차부터 한국 간식으로 유명한 즉석구이 오징어와 떡볶이 등도 판매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탁주 및 약주 제조 전문 중소기업인 ‘우리술’의 고구마 동동 막걸리 제품을 구매한 대만인 인상정(20)씨는 “막걸리 한 병에 280대만달러(약 1만2000원)라서 비싼 것 같지만 최근에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를 보면서 한국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만의 전통시장인 야시장에서도 한국 식품을 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대만 사람들은 야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저녁 시간대가 되면 북적인다. 대만 타이베이의 라오허제 야시장에서는 한국식 핫도그와 떡볶이 등이 인기였다.

고추장으로 만든 매콤한 떡볶이와 국물이 가득한 통에 들어있는 어묵 등을 판매하는 한 포장마차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찼다. 특히 한국인들이 떡볶이에 자주 넣어 먹는 라면 사리까지 추가로 주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정모(24)씨는 “원래 야시장에 가면 해외 음식 중에는 일본식 오코노미야키나 다코야키, 당고 등을 많이 팔았는데 요즘에는 한국 분식을 파는 가게가 늘었다”고 말했다.

대만의 주요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과 훼미리마트에서는 한국 라면과 과자, 소주 등도 매대 상단에 진열돼 판매되고 있었다. 농심 신라면, 오뚜기 보들보들 치즈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의 라면 제품부터 오리온의 꼬북칩, 서울시스터즈의 김치스낵, 순하리 복숭아 등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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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대만으로 수출한 농식품의 규모는 연간 4000억~60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2019년 3억6686만달러(약 4622억원) 수준이었던 수출액은 2021년 4억6082만달러(약 5806억원)로 25%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1~10월 기준 3억5273만달러(약 4444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라면과 김치 등에 대한 수출액도 꾸준히 늘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대만 내 수요도 커지는 중이다. 특히 김은 2019년 2123만달러(약 293억원), 2020년 2653만달러(약 334억원), 2021년 2788만달러(약 351억원)로 매년 수출액이 늘고 있다. 대만에서 자라기 힘든 고랭지 배추와 한국산 배추로 만든 김치도 최근 3년간 계속 수출이 늘었다고 한다. 대만에 한국산 고랭지 배추를 수출하는 농장 관계자는 “한국산 배추가 품질이 좋아 대만에서 인기가 많다”며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도 먹고자 하는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對)대만 농식품 수출 규모가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도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 간 무역에 관해 소통 창구가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국과 대만은 1992년 한·중 수교가 체결된 이후로 지금까지 단교 상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대만과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무역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대만에서 한국 식품에 관세를 많이 붙이는 탓에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만 백화점에서 떡볶이 상품을 판매하는 한 무역 업체 대표는 “한국에 맛있는 음식이 많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해도, 관세가 너무 많이 붙어 한국 가격의 두 배 정도로 팔아야 겨우 이윤이 남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 aT 해외지사 관계자는 “국가 간 무역 회의를 자주 열고 관세나 식품 인증 논의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이호열 코리아트레이딩 대표
“윤식당·우영우에 뜨면 품절…FTA 등 관세 조정 필요”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이호열 코리아트레이딩 대표. 사진 이신혜 기자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대만에서 유행일 땐 불고기 양념장과 한국 호떡믹스 제품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일 땐 김밥용 김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최근 대만 타이베이 코리아트레이딩(K마켓) 사무실에서 만난 이호열 코리아트레이딩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대만에서 게딱지장, 양념장, 김치, 라면, 어육 핫도그 등 한국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 ‘코리아트레이딩’을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CJ제일제당에서 근무했고, 그중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CJ제일제당 대만지사 총괄로 근무했다. 이후 대만 내 한류 음식 열풍 가능성을 감지하고 2011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대만 내 한국 식당이 늘어나면서 식당들이 찾는 김치 겉절이 양념, 불고기 양념장 등 장류 매출이 매년 30% 이상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중소기업 식품 박람회에서 발굴한 게딱지장으로는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두 배 가격으로 판매됨에도 대만 편의점 훼미리마트 예약 구매로 물량이 대만에 도착하기도 전에 완판된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에서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한 그도 한국과 대만 간 FTA 같은 연결고리가 없어 무역에 때때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두 나라 간 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높은 관세와 유기농 등 식품 안전 기준이 다른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만에서 한국 라면이나 장류, 김, 차(茶) 등을 들여올 때는 평균 관세가 20~30% 정도인데 대만 식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는 관세가 10% 내외라 한국 식품이 대만에서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육류와 쌀 등이 개방되지 않아 캔류나 레토르트 멸균 제품을 제외한 만두나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는 수입이 안 된다. 이 대표가 육류가 아닌 생선으로 만든 핫도그를 들여온 이유다. 옥수수수염차 등 차를 대만으로 가져올 때도 양국 간 협정이 맺어있지 않아 한국에서 받은 유기농 표시를 스티커로 일일이 다 가려야 한다. 이 대표는 “국제적 표준 기준이라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될 텐데 유기농 차를 유기농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한국 식품이 대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양국 간 무역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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