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투자 프레임 <6>] 회색빛 가득한 2023년 출발선에서 지켜봐야 할 지표들…기업 실적·수출

윤지호 2023. 1.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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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한화증권 투자분석 팀장, ‘주식의 시대,투자의 자세’ 저자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강세 뒤에는 침체가 오고, 또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상승장이 잉태된다. 2023년 경기 전망은 회색빛이 가득하지만, 투자자의 행동은 반걸음 앞서 움직여야 한다. 주가는 돈의 흐름과 실적 기대가 결합해 형성된다. 시간에는 이자라는 가격이 있고, 시간의 가격이 변하면 돈의 흐름이 바뀐다.

2022년 증시가 그랬다. 금리가 오르자, 주가수익비율(PER)이 급락하는 주가 조정이 뒤따랐다. 이제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인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또 다른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경기 침체와 그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이다. 실적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힘을 얻고 있다. 바닥은 매수가 늘어날 때가 아니라 매도가 진정될 때 출현한다. 2023년 1월은 실적이 다시 낮아질 것을 준비할 때다. 다음 추세의 큰 줄기를 잡아야 한다.

넘치는 재고에 실적 타격 불가피

2023년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효과의 되돌림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이 시행됐고, 공급망은 망가졌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소비자는 서비스 소비 대신 재화 소비를 강요받았다. 이는 견조한 수요로 해석되며 기업들은 재고를 늘렸고, 공급망이 망가진 탓에 더 많이 재고를 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했고, 중앙은행은 강도 높은 긴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이 사라진 가계는 인플레이션과 높아진 금리로 실질적인 소비 여력이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내구 소비재를 이미 구입한 가계는 이를 중심으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견조한 수요가 위축되고, 쌓아 놓은 재고는 악성 재고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내구 소비재의 중간재 중심 수출국이다. 코로나19 특수가 지나가고, 그 되돌림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 마이너스(-) 0.4%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2021년 15.1%, 2022년 18.5% 급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2023년 매출은 컨센서스(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상 4.1% 증가한 3584조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업이익에서 그 변화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9년 -31.7% △2020년 4.6% △2021년 67.4% △2022년 -2.8%이며 2023년은 0.0%의 증가율과 23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순이익 증가율은 △2019년 -44.9% △2020년 17.2% △2021년 126.4% △2022년 -15.2%로 2023년은 -1.5%의 증가율과 160조6000억원의 순이익이 전망된다.

업종별로도 그 영향이 나타난다. 공급망, 원자재 등과 관련된 업종이 2023년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에 대한 전망이 가장 비관적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2.8%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도 30.1% 감소한 33조1000억원을 전망하고 있으며, 심지어 SK하이닉스는 2021년 8조3000억원에서 2023년 -1조4000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바닥 찍은 수출 증가율 완만한 반등 예상

당장 실적 전망이 좋을 수는 없다. 주가가 하락하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주식 비중을 줄이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긍정적이었던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주가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가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자체가 아닌 실적 기댓값의 함수다. 숫자가 부진하지만, 추가적인 영업이익 전망 하향 폭이 5~10%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나 대부분의 컨센서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회요인일 수 있다. 특히 전망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렸을 때, 시장은 그와 다른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추가적인 이익 하향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주가는 견조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이익 컨센서스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이 중간재 중심의 수출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출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다.

매출액부터 살펴보자. 한국을 하나의 중간재 수출 기업으로 가정하면, 매출 증가율은 곧 수출 증가율이 된다. 수출 증가율과 매출 증가율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필자는 2023년 3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YoY) -20% 수준에서 저점을 기록하고 완만한 반등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수출 증가율 전망에 기반해 매출 증가율을 추정해보면 2023년 컨센서스인 4.1% 증가와 불과 1~2%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다만 2022년 4분기~2023년 1분기는 수출 증가율 대비 너무 높은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하향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익률 관점에서도 개선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금융업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2023년 영업이익률은 6.5%로 예상되는데, 필자는 추가적인 하락 폭이 0.5%포인트에서 1.0%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판단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한국의 수출 단가와 수입 단가는 판매 가격과 원재료 비용으로 볼 수 있다. 둘의 차이는 기업의 마진이 될 것이다. 이 중 비용 단계에서의 개선 요인을 찾을 수 있다. 2022년의 이익률 하락은 수출 단가가 빠르게 하락한 반면 수입 단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마진이 축소된 결과다. 그런데 2023년부터는 수입 단가의 하락이 이익률에 반영될 것이다.

경기 침체, 시스템 위기는 아니다

기업 실적을 향한 걱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재고 수준도 높고, 이에 따른 기업의 투자 및 생산 감소는 이제 시작이다. 2023년에도 이어질 높은 금리와 자산 가격 하락에 의한 수요 위축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시스템 위기는 아니다. 1980년대의 오일쇼크 기간이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같은 대규모 침체를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경기 침체가 오겠지만, 침체의 정도는 강하지 않을 거란 의미다.

일례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9로 2020년 5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50을 하회했다. 세부적인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과거 ISM 제조업지수가 50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인 시기는 2001년과 2008년뿐 아니라 2012년과 2015년도에도 있었다. ISM 제조업지수가 50을 하회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고 2008년과 같은 큰 폭의 침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대공황, 오일쇼크, 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같이 우리가 이름을 알고 흔히 비교하는 시기는 그만큼의 하락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이름이 붙었다. 침체나 경기 둔화라고 해서 모두 이러한 수준의 하락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상황이 언제쯤 개선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누구도 그 시기를 명쾌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파국을 전제할 이유는 없다.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파고가 크지 않다면 증시에서 떠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상승에 대한 확신이 들 때, 다시 말해 주가가 상승으로 방향이 명확해지는 시점은 이미 투자에 늦었을 때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더 많은 투자자가 여기에 동조해 추세가 형성되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 1월의 변동성 구간에서 시선을 위로 두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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