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서빙 로봇이 힘든 일 대체…호텔급 서비스 제공, 노동 혁신 기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꾼 것처럼 외식업이 로봇 덕분에 편해지고 있다. 로봇이 힘든 일을 대신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낮아졌다. 거창하게 말하면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정신을 로봇이 실천하고 있다.”
인텔을 거쳐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40대 한인 남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순두부 가게를 열었다. 식당 하나 있으면 친구들과 편하게 식사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돈도 추가로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순진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의견 차이로 주방장이 나갔고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한 종업원까지 이탈하면서 식당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식당 일은 중노동에 가까웠다. 음식을 나르고 정리하는 단순한 업무는 끝없이 이어졌다. 한인 남성이 구글을 나와 서빙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때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식당을 열고 처음 3개월은 지옥에 가까웠다”라며 “업무 강도와 임금 문제로 사람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식당에 로봇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로봇이 홍익인간의 길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표현이 거창할 뿐 결국은 로봇으로 우리 삶을 더 편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어로보틱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베어로보틱스는 지난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로봇 회사다. 로봇 개발부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생산까지 다 하고 있다. 현재 서빙 로봇인 ‘서비’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방역 로봇인 서비 에어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층간 이동 배달 로봇인 서비 리프트 서비스도 준비를 마쳤다.”
서빙 로봇을 만들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로봇을 만든 건 아니다. 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 오스틴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학 부설연구소와 인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구글에 입사해 6년간 근무하면서 동시에 순두붓집을 운영했다. 그곳에서 식당 서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고, 서빙 로봇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서빙 로봇이 있으면 종업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춰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빙 로봇을 만들게 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로봇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베어로보틱스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식당에서 서빙 로봇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 만큼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로봇 제품을 개발 중이다. 로봇 플랫폼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이 결합해 물건을 스스로 나를 수 있고, 로봇을 관제하는 클라우드와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갖춰야 한다. 베어로보틱스는 단순히 로봇 제작을 넘어 클라우드와 자율주행, 관제 서비스까지 모두 서비스하고 있다. 로봇을 만드는 데 하드웨어 기술만큼 중요한 게 소프트웨어와 관제 서비스다.”
베어로보틱스가 로봇을 개발할 때 신경 쓴 부분과 유통 경로는.
“베어로보틱스가 만든 서빙 로봇인 서비는 식당을 운영한 경험으로 위생과 안전에 특히 공을 들여 만든 로봇이다. 로봇 부품 사이에 틈을 없애 바퀴벌레나 곤충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했고,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 좁은 식당에서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비는 현재 국내와 일본,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KT가 월 65만원에 서비를 대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판매 중이다. 미국에서는 베어로보틱스가 직접 식당과 계약을 맺고 판매하고 있다.”
층간 이동 배달 로봇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던데.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서비 리프트가 노동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비 리프트는 배달 기사들이 공동 현관문에 놔둔 음식을 집 앞까지 배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배달 기사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지고, 주민들은 모르는 사람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앞까지 오지 않아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 서비 리프트를 설치할 경우 빨래를 빨래방에 전달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등 호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노동 환경을 개선해 사람을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게 로봇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사와 비교해 베어로보틱스 로봇의 장점은.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은 현재 미국 40개 주에 보급된 상태다. 출시 5년 만에 1만 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여전히 타일 바닥에 국물을 흘리지 않고 갈 수 있게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주행 알고리즘과 로봇 인식 시스템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경쟁사 대비)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받았다. 추가 투자 유치 계획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올해에 추가 투자도 유치할 생각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지난 2020년 3월 1000억원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다. 안전 자금 확보를 위한 몇백억원 단위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아직 시리즈 C라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인재 채용과 글로벌 영업에 필요한 운영 자금에 가깝다.”
베어로보틱스는 지난 2019년 시드투자 88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소프트뱅크가 리드한 3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3월에는 로봇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인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 B는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가 리드했고, 미국 유명 투자사인 클리브랜드 애비뉴와 KT, 스마일게이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업계는 베어로보틱스의 기업 가치가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상장이나 M&A는 언제나 열려있다. 다만 모든 기준은 세상을 바꾸는 데 (이런 결정이) 도움이 되는지에 달려 있다. 로봇 사업이 성장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상장이나 M&A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 세계 로봇 시장에서도 애플 같은 혁신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기업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잘하는 다른 기업이 잘 안 보인다.”
베어로보틱스를 어떤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가.
“베어로보틱스를 글로벌 로봇 서비스 회사로 키우는 동시에 로봇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구체적으로 식당 사장과 종업원,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 기사들이 베어로보틱스 로봇 덕분에 편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그날까지 더욱 노력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로봇이 만드는 편리한 사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미래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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